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한국 경제에) 새로운 전기가 없이 그대로 갔다가는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겠는가 하는 경계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 발표에 앞서 당정 간 의견조율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지금은 보다 강력한 양적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최 경제부총리는 "새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는 내수 활성화로 대규모 거시정책 패키지를 확실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면서 당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여당도 적극적인 입법활동으로 2기 경제팀을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취임 후 시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강력한 경제수장인 최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시장이 드디어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사실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운용 방향은 대강의 틀이 이미 나와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부터 살리는 한편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회복의 온기를 확산시켜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대방안을 마련해 내수기반 확충과 기업투자 촉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복안도 최 부총리의 취임회견에서 공개됐다. 오늘 발표될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이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2기 경제팀이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아베노믹스로 부활한 일본과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중국 사이에서 넛크래커 신세가 된 위태로운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를 위시한 일본 자동차 업체는 현대·기아차를, 레노버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메이커는 삼성전자를 구축(驅逐)할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운용이 지나치게 단기 소비진작책에 몰두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장기적 안목에서 공급 차원의 생산성 향상과 신성장동력 확충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 '지속 가능한 한국 경제'의 기틀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