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기는 갑갑하고 떠나기는 아쉬운 곳.' 바로 도시다.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빨리빨리 이루어져야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도시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도 바꿔놓는다. 닭이 먼저 인지 달걀이 먼저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도시의 삶과 인간의 욕망은 서로 얽힌 채 진화하고 있다. 회색의 아스팔트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도시인들은 그러나 늘어만 가는 욕망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정서적 허기에 시달리면서 외롭다고 하소연하며 힘들어 한다. 주변에 자문을 구해도 돌아오는 답은 '원래 도시의 삶이란 그런 것이고 너만 힘든 게 아니니까 참고 살라'는 위로(?)가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건국대 의대 교수인 저자는 외롭다고 하소연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쾌락과 욕망을 키우고 있는 도시인의 숨겨진 또 다른 얼굴을 들춰낸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까다롭기 그지없어도 커피믹스에는 관대한 도시인의 마음에서 개성화와 사회화의 극단을 발견하고, 코만 조금 높이면 인생이 달라질 거리고 믿으며 성형수술을 거듭하는 이들의 심리에서는 신체 이미지와 변신에 대한 환상과 욕망의 단면을 뒤집어 보여준다. 폭탄주와 룸살롱 문화는 친해야 하는 사명감과 친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 욕구 사이의 딜레마를 고비용으로 해소해 주는 방법이라는 해석도 내 놓는다. 다양한 도시인의 심리를 정면으로 드러내면서 저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받아들이기 힘든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는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라고 말한다. '나'와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도시가 조금 더 행복한 곳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