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완만하지만 모처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분위기 전환을 이끄는 종목은 개장한 지 20~30년 된 '형님' 골프장들이다. 신생 명문들의 화려함에 눈길을 빼앗겼던 중견 골프장들이 안정감을 바탕으로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회원권 시세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2개월여 동안 소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의 회원권지수(ACEPI)는 지난해 12월13일 745.0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이날 현재 792.1을 찍어 47.1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초 기록했던 1,240선까지는 요원하지만 거래 일선의 관계자들은 시장이 폭락의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신호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전통의 우량주'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현재 시세 1억원 안팎의 종목들로 바닥 수준이었던 지난해 12월13일 시세 대비 10~20% 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블루원용인(옛 태영)은 8,800만원에서 1억1,500만원으로 2,700만원(30.7%)이 올랐다. 중부는 9,000만원에서 1억1,500만원으로 27.8%, 뉴서울은 1억1,000만원에서 1억3,700만원으로 24.5% 상승했다. 제일(23.7%), 한양(22.0%), 한성(21.3%), 기흥(20.0%), 남서울(19.2%), 골드(15.5%), 지산(15.2%), 서서울(13.2%) 등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상승세는 회원권의 가치가 실수요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주는 대신 실제로 골프를 즐기려는 이용자들이 봄 시즌을 앞두고 구매에 나서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견 골프장은 대부분 접근성이 우수하고 매수 대기자가 상존해 현금화하기 쉽다는 강점이 있다. 신규 골프장에 비해 회원 수가 많아 주말 예약 측면에서 약점이 있지만 평일 이용이 잦은 자영업자나 은퇴자들에게는 가격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다. 애초 분양가가 낮았던 만큼 입회금 반환 대란의 위험성도 거의 없다.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그동안 저평가됐던 올드(Old) 코스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이사는 "최근 매수 주문과 문의 고객의 70% 이상은 비즈니스 용이 아니라 지인끼리 저렴한 이용료로 골프를 즐기려는 실수요자"라며 "경제성과 안정성을 갖춘 수도권 인접 중견 골프장의 경우 시세가 바닥을 확인했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내다팔았던 회원권을 재매입하거나 복수로 매입하려는 골퍼의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큰 폭의 시세 상승은 당분간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 이사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신년 효과와 시즌 효과가 이어져 반등의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면서도 "회원권 시장의 큰손인 법인(기업)들이 경기침체 속에 여전히 매입을 미루고 있는 만큼 초고가대 주도의 대세 상승 시기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