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의 편법적인 영업경쟁으로 휴대폰 제조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지난 18일 경영적 어려움을 겪는 팬택을 돕는 차원이라며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를 약 37%(35만여원) 인하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팬택과의 출고가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양측이 계약에 합의하지 않은 LG유플러스의 일방적 발표로 팬택은 경영적 손실이 커질 수 있어 곤혹 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앞서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일방 인하를 발표하면서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팬택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점유율을 높이고 자사의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팬택은 LG유플러스에 재고보상금(출고가 인하 차액)을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다른 단말기를 새로 사줄 것(신규구매확정), SK텔레콤·KT 등과도 공동보조를 맞춰줄 것 등을 요구했지만 LG유플러스는 분할상환 이외의 다른 요구사항은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최대한 원만히 합의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의 이번 발표는 현행법상 양측이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것에 해당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양측이 합의 하에 진행된 것이 아니면 LG유플러스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직접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에 이어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를 인하한 KT 역시 팬택과 협상을 진행중이나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통사 간의 영업경쟁이 제조사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SK텔레콤이 영업정지 일주일 정도를 남기고 일방적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5' 조기 출시를 발표했다. 이로인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동시 출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성민 SK텔레콤은 사장은 최근 열린 MWC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글로벌 IT강국 위상은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을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잘못이고 이통사들이 최신 통신기술을 개발한 덕택"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사가 유통망을 쥔 이통사의 요구를 안 들어 줄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