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셋플러스] 인터뷰 / 대니얼 로버츠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美 증시 급등했지만 배당투자 관점서 보면 기회 많아요"



오라클 등 기업가치보다 주가 낮은 종목 주목할만

유럽시장은 그렉시트 등 변수 많아 투자 유의해야

펀드 적절한 성과 내려면 개별종목 집중하면 안돼

韓 증시 저평가에도 배당주 투자자들엔 매력 덜해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전반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배당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종목별로 편차가 커 투자기회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니얼 로버츠(사진)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최근 1~2년간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던 미국 증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가상승으로 주식 가격 자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저평가된 종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로버츠 매니저는 "페이스북 등과 같은 종목은 현재 매출대비 15~20배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IT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등은 오히려 기업가치 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며 "과거 10년 이상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기업도 미국 시장에 가장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기업가치 보다 낮은 종목을 발굴하고, 배당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직도 투자기회가 많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로버츠 매니저는 유럽시장은 미국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달리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낮아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최근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은행이나 유틸리티 등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한 종목"이라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하면 경기민감업종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만큼 투자종목을 선택할 때도 시장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이머징) 증시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가별로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인도 등 일부 국가는 여전히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로버츠 매니저는 배당주에 투자하는 '피델리티 글로벌 배당인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지난 2013년 2월 설정 후 현재까지 40.33%, 최근 1년 간 17.0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비교지수인 MSCI 월드 지수 상승률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선 것이다. 그는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금리하락으로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과 주식 배당 수익률의 차이가 최저 수준으로 좁혀진 상황이기 때문에 배당주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며 "펀드가 적절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섹터뿐만 아니라 개별 종목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투자가 집중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매니저가 배당주를 고르는 기준은 뭘까. 그는 우선 배당 수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하지 말고 꾸준히 배당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그가 편입한 종목 산업용 장비 생산업체인 파커하니핀(Parker-Hannifin)이 대표적이다. 파커하니핀은 질 높은 산업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로 안정적인 재무제표와 업종 내 경쟁력이 우수한데다 과거 58년간 배당이 증가한 기업이다. 로버츠 매니저는 "예상 배당 수익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주가 하락 등을 반영하면 실질 배당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높은 배당 수익보다는 10년간 배당이 계속 증가한 종목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적 증가만을 보고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실적이 '주가의 그림자'와 같지만 실적개선이 반드시 주가 상승을 이끄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로버츠 매니저는 월마트를 예로 들었다. 월마트는 지난 2001년부터 10년 동안 연 10% 이상 성장했지만 이 기간 동안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미 30배를 웃돌면서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못했다. 그는 "적정한 밸류에이션이 뒷받침돼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적 증가가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한 진단도 덧붙였다. 그는 "최근 국내 주식 시장 회복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한국을 저평가된 시장으로 인식한 외국 자본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여전히 성장이 가능한 국가이며 성장을 추구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관심이 높은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배당수익률이 높지 않아 자신과 같은 배당주 투자가들에게 한국은 척박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자신의 KT&G와 SK텔레콤을 편입해 운용한 적도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지 않아 투자 기회가 제한적"이라며 "한국 기업 중 펀드의 목표 배당 수익 기준(3% 가량)에 맞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 He is…

2001년 애널리스트 첫발… 3년 전 피델리티로 옮겨

3개 펀드 수익률 22~62%


대니얼 로버츠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2001년 M&G인베스트먼트의 주식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인베스코(Investco) 기관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아비바 인베스터스(Aviva Investors) 주식 인컴 포트폴리오 매니저, 가트모어(Gatmore) 주식 인컴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거쳐 2012년부터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에서 글로벌 배당 인컴 펀드 라인업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피델리티 글로벌 인헨스드 인컴 펀드' 등 그가 운용하고 있는 3개 펀드는 설정 이후 22.8~62.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