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판단의 어려움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엇박자' 경기 전망과 관련해 일종의 '배경 설명'을 내놓은 셈인데 부양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에 대한 방어적 색깔도 보인다.
현 부총리는 지난 9일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 전망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경제학과 현실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게 첫 번째 이유다. 현 부총리는 "우리는 케인스 경제학을 배운 세대인데, 지금은 어떤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경제학 이론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라는 경제 상황에서 B라는 대책으로 대응하면 된다는 식의 정답이 없어 현실을 단박에 설명하는 이론 기제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개입해 재정을 확대하면 민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난다는 게 케인스주의의 요체인데 이처럼 단순한 처방을 내리기에는 인플레이션, 환율, 통화정책, 재정 건전성 등 변수가 많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현 부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폴리티컬(political) 불확실성이 있어 경기의 방향을 진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올해 추가경정 예산은 의회의 협조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확정됐지만 의회 일정이 꼬였다면 '부동산대책→추경→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정책 패키지의 발동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은 정부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게 현 부총리의 설명이다. 그는 "크고 작은 선거가 줄지어 진행됐던 지난해 유럽이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급변하는 대외 환경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관건이다. 그는 "일본의 엔저 공세 같은 사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환율 예측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현 부총리는 '정책 패키지'에 따라 경기 부양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리트머스지로는 부동산 매매 동향을 꼽았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5일께 4월 주택 매매 거래 현황을 발표할 예정인데 올해 초 시장이 얼어붙었던 기저효과와 부동산대책 발표 효과 등에 힘입어 상당한 반등이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가 일정 부분 살아나면 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퍼져나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매크로 대책은 모두 나왔다"며 "앞으로는 마이크로 경제 대책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투자 활성화 대책처럼 케이스별로 현장의 고충을 해소해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정부 경제 대책의 최종 지향점은 고용률 70% 달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