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000선이 붕괴되면서 주식 투자자들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주가폭락에도 잘 참아오던 투자자들이 24일 주가가 10% 이상 폭락하며 1,000선이 무너지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팔아야 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 시황에 대해 “지금은 백약이 무효한 상태로 시간만이 치유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일단 지수가 이미 지나치게 큰 폭으로 떨어진 점을 고려할 때 매도보다는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추가적인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수십 퍼센트의 손실을 봤다면 엄혹한 시간을 참아내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다. 운좋게 폭락장을 피한 투자자들은 ‘이제는 들어가볼까’하며 투자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신규 매수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많은 전문가들이 “추가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주가가 워낙 많이 빠진 상황이어서 저가 분할 매수를 고려해 볼만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최근 이머징 마켓의 위기 등 변동성이 너무 커져 섣불리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관망세를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손절 타이밍 이미 늦었다”=증시 패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식 보유자들이 매도보다는 보유 전략이 나을 것이라는 조언이 많다. 증시의 낙폭이 이미 손절매를 하기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2일부터 나흘간 무려 22% 폭락했다. 최근 한달간으로 보더라도 이미 38%가량 폭락했다. 한달 전에 지수 1,500대가 붕괴될 시기 1,000만원을 투자한 사람이면 현재 주식계좌에는 620만원만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지수가 향후 추가 하락할 위험도 있지만 바닥을 다진 후 상승을 노리며 손실폭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분석파트장은 “이미 수십 퍼센트의 손실을 본 상황에서 현재 주식을 매도한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더라도 향후 지수가 추가적으로 하락해도 지금까지에 비하면 이 정도의 추가 손실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조언했다. ◇“추가 하락 감안해 분할 매수 고려할 만”=섣부른 매도는 자제하더라도 저가 분할매수에는 나설 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코스피지수가 앞으로 10%가량 하락한다면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최악의 수준인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과 비슷한 0.61배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에 무게감을 더 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디스카운트 요인까지 감안한 지수가 800포인트 정도”라며 “이 정도는 인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현 지수대에서 저가 분할 매수를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변동성이 높아 단기적인 차익을 노리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매매로 수익을 노리는 행위는 지금 대단히 위험한 전략”이라며 “향후 다소의 하락세와 시간과의 싸움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동성 확대 중…좀더 관망해야”=코스피지수 1,000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저가 메리트가 발생했지만 대외조건이 지나치게 엄혹한 점을 볼 때 주식 대기매수자들은 ㅋ더 관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아르헨티나ㆍ파키스탄ㆍ러시아ㆍ베네수엘라 등 이머징국가들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증시를 지속적으로 위험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를 국가별로 보면 아르헨티나 39%, 파키스탄 32%, 인도네시아 12%, 그리고 우리나라가 6%에 달하는 등 전반적으로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CDS는 한달 전에 1.5%에 불과했다. 따라서 CDS의 급등세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증시의 변동성이 평소보다 2~3배가량 확대돼 있는 상황이어서 섣불리 덤벼드는 것은 위험하다”며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이머징 국가들의 CDS가 올라가고 있어 이 지표의 진정세를 확인한 후 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