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먹다가도… 필드에선 프로의 향기가

■ 제1회 덕신하우징배 꿈나무 골프대회
성인과 비슷한 전장서 200m 드라이버샷·언더파 기록…
모자엔 노란리본 달고 세월호 애도

대회 각 부문 우승자인 윤민아(왼쪽 두번째부터) 원정호 김민별 유지존이 트로피를 들고 김명환(오른쪽) 덕신하우징 회장, 강전항(왼쪽) 초등연맹 회장과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안=권욱기자

9일 충남 천안의 천안상록CC에서 열린 제1회 덕신하우징배 전국남녀꿈나무골프대회에서 한 참가 어린이가 호쾌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천안=권욱기자

전국 골프유망주 150명 참석

5·6학년 남자부 우승 원정호 아이언샷 핀 한뼘에 붙여 탄성

여자부선 윤민아 1위에 올라

2~4학년 남·녀 정상은 유지존·김민별이 차지


"우와, 초등학생 맞아?"

9일 충남 천안의 천안상록CC에서 열린 제1회 덕신하우징배 전국남녀 꿈나무골프대회(36홀 스트로크).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이 주관하고 서울경제신문과 대한골프협회가 후원하는 이 대회에 전국의 골프 유망주 150명이 모였다. 카트에서 과자를 먹는 데 더 정신을 팔고 샷 뒤에는 엄마·아빠의 표정부터 살피는 영락없는 '초딩'들이지만 골프를 대하는 자세만은 투어 프로 못지않았다. 티샷 전 "벙커 오른쪽 끝을 보고 치면 되죠?"라고 두세 번씩 확인하는가 하면 남의 공을 치는 '오구 플레이' 뒤에는 겸허하게 2벌타를 받아들였다. 출전선수 전원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모자에 노란 리본을 달고 경기를 치렀다.

초등학교 선수들의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경기위원장을 겸하는 권청원 초등연맹 전무이사는 "잘 치는 아이는 8언더파도 친다"고 귀띔했다. 이번 대회 5·6학년 남자부에서 우승한 원정호(미곡초6)는 첫날 1언더파, 둘째 날 이븐파로 이틀간 1언더파를 적어냈다. 핀 한 뼘에 붙이는 아이언 샷 '묘기'에 탄성이 터졌다. 이날 대회를 도운 한 캐디는 "남자아이들은 드라이버로 보통 200m는 날린다. 여자도 170~180m 정도"라고 말했다. 코스가 짧은 것도 아니다. 5·6학년이 쓴 화이트 티잉그라운드 기준 전장은 파72에 5,853m(약 6,400야드). 아마추어 성인 남성과 비슷하다. 클럽은 다루기 쉬운 여성용이나 시니어용을 많이 쓴다. 한 여자 어린이는 "집에서 중고로 맞춰준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초등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500명 안팎. 이 가운데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는 200~250명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여자선수가 부쩍 늘었다. 연맹에 따르면 6대4였던 남녀 성비가 올해는 5대5로 같아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인기가 높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만난 아이들은 "박인비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5·6학년 남자부에서 준우승(이틀 합계 1오버파)한 김동원(서현초6)의 아버지는 "아들이 골프를 시작한 지 6년째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언젠가 투어 프로가 된다면 기꺼이 골프백을 메겠다"고 말했다. 김동원은 첫날에는 8오버파에 머물렀지만 이날 7언더파를 적어 화제가 됐다.

국내 1위 건축용 데크플레이트 생산·시공업체인 덕신하우징이 올해 창설한 이번 대회는 초등연맹의 2014년 개막전으로 열렸다. 상위 입상자에게는 대한골프협회 주니어상비군 포인트(우승 50점부터 차등 부여)도 주어졌다. 5·6학년 남녀부와 2~4학년 남녀부로 나눠 우승부터 3위까지 12명에게 장학금과 트로피가 돌아갔으며 10위까지는 상장과 부상을 받았다. 윤민아(반포초5)는 5·6학년 여자부에서 3오버파를 기록한 뒤 홍정민(영풍초6)과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고 12오버파를 기록한 유지존(월문초3)과 박준수(양지초4)가 2~4학년 남자부 우승과 준우승을 나눴다. 2~4학년 여자부에서는 13오버파의 김민별(성원초4)과 18오버파의 전효리(상원초4)가 1·2위에 올랐다. 대회 실황은 J골프를 통해 녹화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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