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부를 창출하는 요소를 속도·공간·지식으로 압축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한국을 염두에 둔 듯하다. 그러나 IT 이외에 한국의 다이내믹한 발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영역이 교통 분야가 아닌가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1970년 경부고속도로의 완공은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KTX 역사 중심 관광 활성화 효과 기대
그리고 한국의 고속철도 또한 토플러 교수가 강조한 속도·공간·지식이 압축돼 있는 영역으로 21세기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속철도 차량 도입을 결정하던 1994년 시속 150㎞의 새마을호조차도 우리 손으로 제대로 만들지 못했는데 프랑스 기술도입 이후 10년 만에 2004년 4월1일 시속 300㎞의 고속철도 시대를 열었고 2015년 4월 우리 손으로 만든 시속 350㎞의 고속철도가 호남고속철로를 달리는 시대를 맞았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90분 시대를 열게 된 KTX 속도는 지역 간 거리를 축소해 충청·호남 지역 경제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 분명하다. 백제문화권의 핵심이면서도 산업화 시대에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공주는 세종시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며 익산은 이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철도가 교차하는 철도 교통의 요충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전주와 연계해 한옥마을을 활성화하는 부대 효과도 기대된다. 새만금 개발을 연계하는 통로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정읍의 내장산은 향후 새로운 관광지로 부각될 것이다. 에코 투어의 개념을 발전시킬 필요도 있다. 빛고을 광주는 나주·함평·영광·신안·목포를 연결하는 남도 문화 관광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호남고속철도는 KTX역사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연계한 지역발전 전략 수립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 효과는 고속철도가 개통됐다고 자동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빨대효과(Straw Effect)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호남 지역의 경제적 성과가 역으로 서울로 빨려 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이미 지역의 상권과 소비권도 어느 정도 개발돼 있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후광효과 또는 후방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역이 개발되면서 주변 지역이 같이 발전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두 도시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균형 있게 발전하는 분산효과도 가능하다.
지역경제 개발 후속노력 이뤄져야
거가대교 개통 이후에 거제도 주민이 부산에 와 쇼핑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부산시민의 유입으로 거제도 관광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된 것이 좋은 사례다. 물론 이러한 모든 기대는 지역 경제권 개발을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결국 빨대효과를 교통발전으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떠한 방향으로 개발해갈 것인가 하는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속도·지식·공간의 개념에서 새로운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호남고속철도의 개통을 이제 지역발전의 계기로 만드는 지렛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