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유통주식수늘리기 바람

"수급 개선으로 주식 재평가 받자"
올들어 주식분할 28건으로 작년比 40% 늘어
"본질적 기업가치 변화 없어 투자 신중을" 지적


최근 들어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상장회사들이 주식분할 등을 통한 유통주식 수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해외투자가들의 아시아 증시에 대한 관심 증대와 실적시즌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평소 거래량이 적었던 업체들이 유통주식을 늘려 주가 재평가를 받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유통주식 수 증가가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 초 이후 주식분할 공시 건수는 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건)보다 40% 늘었다. 주식분할을 결정한 업체의 주가는 보통 공시 이후 상승세를 기록한다. 주식이 늘어나 거래가 활성화되면 수급 측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3일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춰 발행주식 총수를 10배 늘리겠다고 공시한 코스닥업체 삼륭물산은 13일ㆍ14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7,8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또 7일 장 마감 이후 주식분할을 공시한 리홈도 이후 5거래일 동안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주가가 무려 74.34% 급등했다. 삼륭물산은 3월11일 거래량이 4주를 기록할 정도로 거래가 부진했고 리홈 또한 올 들어 종종 100주 미만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주식분할 공시 자체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주식분할 공시 이후 거래정지 과정을 거쳐 물량이 늘어난 상태에서 거래가 재개될 경우 주가가 부진한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A업체 주가가 액면 5,000원인 주식을 500원으로 낮추면 1주가 10주가 되지만 그만큼 주가도 낮아진다. 즉 A업체의 액면분할 전 주가가 1만원이었다면 액면분할 후 거래재개가 되는 시점의 주가는 1,000원이 된다. 기업가치가 변한 것이 없고 주식의 평가액은 동일한데 "주가가 싸졌다"는 착각 때문에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액면분할을 공시한 시점부터 이미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라 실제 액면분할을 하고 거래가 시작되면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부 한계기업의 경우 '유통주식 수 확대'를 목적으로 액면분할을 공시하지만 감자와 함께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업 가치가 튼튼한데 유통 물량이 적어 거래량이 적었던 업체의 경우에는 주식분할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한계기업이 주가 부양 목적으로 주식분할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 기업을 꼼꼼히 살피고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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