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설은 모두를 설레게 만든다. 새해 경기회복에 대한 염원도 모든이에게 한결같다. 하지만 경기가 빠르게 활력을 찾을 것이란 확신과 달리 실제 느끼는 소비심리 회복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주위에 마음을 전할 설 선물을 고르는데도 당장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도 없는데,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선보인 설 선물들도 이 같은 소비심리를 반영해 중저가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통업체들 가운데 이익개선 폭이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고가 선물의 비중을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높였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들을 겨냥한 실속형 선물들이 여전히 매장전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도 작지만 알차고 정성이 담긴 선물을 고르는 합리적 구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물량도 가격도 쑥쑥= 백화점과 할인점등 대형유통업체들은 소비심리가 올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20~30% 늘려 잡고 가격도 저렴한 실속형 부터 고가 세트까지 다양화했다. 신선 식품 선물세트 가격은 지난해 설과 비교해 평균 20% 안팎으로 올라 구매부담이 커졌다. 백화점 별로 한우 갈비세트는 지난해 설에 비해 15~25% 나 올랐다. 냉장육도 10%가량 인상됐다.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갈치, 멸치, 도미 등 산지가격은 어획량 감소와 재고물량 부족으로 지난해보다 20% 넘게 올랐다. 전반적인 설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말 마감한 백화점들의 설 선물 예약판매 실적은 지난해보다 최고 2~3배까지 급증했다. 가격이 20만~30만원 대를 훌쩍 넘는 갈비·정육세트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으며 건어물과 청과물 등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선물세트들도 두자릿 수의 판매증가세를 보였다. 백화점 상품권 인기는 여전하다. 백화점들이 한정 물량으로 내놓는 1,000만원이상 고액권 세트들도 대부분 판매되는 등 고가 상품권이 특히 잘 팔리는 추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형 마트들도 신선식품의 고급제품 비중을 높이고 가공제품이나 생활용품 등 저렴한 선물세트 물량을 늘렸다. 70만원대가 넘는 횡성한우 구이세트나 300만원대에 달하는 수입와인세트가 마트에 선을 보인 것도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농촌진흥청에서 상을 받은 6만~7만원대 배 선물세트를 내놓고 있으며, 포도씨유, 카놀라유 등으로 구성된 CJ프리미엄 식용유 세트를 9,900원대로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30만원대 안팎의 한우세트부터 2만원미만의 젓갈세트, 6,800원짜리 타월세트 등 선물품목을 다양화했다. 롯데마트는 30만원대 굴비 등 고급 선물물량을 지난해보다 20% 많게 준비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활용품들도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이 대부분이지만 기능성 제품이나 웰빙 제품 등 고품질의 고가 선물도 잘 나가는 편"이라며 "소비자들의 실속 구매현상은 변함이 없지만 선물 가격대는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속형 선물이 여전히 대세=경기회복 기운을 타고 선물 기대치도 높아져 고가상품들이 많이 나가고 있지만 소비자입장에서는 저렴한 선물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최근 한 백화점에서는 연말연초 대기업들의 성과급 잔치로 직장인들의 씀씀이 커져 유통업체들이 말 그대로 설 대목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은 당장 선물비용을 규모 있게 조정하는 게 급선무다. 따라서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선물 내용은 알찬 알뜰 실속형 선물을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 생활용품업체들이 이번 설에 내놓은 선물세트들은 5만원대를 넘지 않는 중저가 제품들이 주축이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업체들도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늘려 잡고 있지만 가격대만큼은 소비자 눈높이를 감안해 큰 폭으로 올려 정하지 않았다. 경기침체는 벗어났지만 소비자들의 씀씀이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명절 선물세트 대표상품인 참치도 2만~3만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대박을 친 막걸리는 올 설 선물로도 히트를 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막걸리업체들은 쇄도하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절치부심이고, 유통업체들도 막걸리업체 물량을 잡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순당의 경우 대형유통사 주문량이 지난 1월에만 전년대비 4배에 육박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막걸리 열풍 이후 막걸리 선물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일부는 10만원 대에 이르지만 워낙 인기가 좋아 이번 설에도 인기상품 상위랭킹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 연휴(13~15일)가 단 3일에 그쳐 택배물량이 짧은 기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설 선물은 서둘러 보내야 한다. 택배업체들은 실질적인 귀성이 시작되는 12일 이전에 택배를 통해 설 선물이 안전하게 도착되기 위해서는 늦어도 8일까지 발송을 마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