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리비아] "이집트 사태와 차원 다른 충격"…물가·수출 직격탄 우려

■ 두바이유 100弗 돌파… 국내경제 영향은
산유국에 건설 공사로 국내기업과 긴밀 연관
엎친 데 덮친 고유가 내수 위축 등 부를듯
정부 모니터링 강화속 에너지 절약 대책 추진



이집트 사태와는 차원이 다르다…산업계 유가 상승 비상 리비아 민주화 시위가 정부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수백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우리 경제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데다 각종 건설공사 수주로 우리 기업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는 만큼 이집트ㆍ튀니지 사태 때와 비교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리비아 사태에 따른 중동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는 우리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기름 값이 우리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유가상승은 물가를 넘어 거시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폭등에 '경제는 비상'=21일 기준 현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0.36달러로 상승, 지난 2008년 9월8일(101.83달러) 이후 30개월 만에 100달러를 넘어섰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도 뉴욕 전자거래에서 온스당 1,400달러를 넘어서며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유가와 동조현상을 보이는 등 유가상승은 원자재 전반에도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우리 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값은 리터당 1,854원을 기록했다. 국제 원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 간에 1~2주의 시차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 평균 값 2,000원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셈이다. 1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 4.1%)에서 석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0.65%포인트였던 것을 감안하면 유가상승은 그대로 우리 물가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상승은 실물경제, 즉 우리 경제의 기반인 수출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고유가는 대형차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유가상승에 따른 물류비 인상과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은 주력 수출업종인 전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유가가 1달러 오를 때 연간 각각 347억원, 10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결국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져 내수위축, 경상수지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사태와는 차원이 달라"=우리 정부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앞서 민주화 시위를 겪었던 이집트ㆍ튀니지의 경우 석유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고 우리와의 교류도 크지 않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던 게 사실. 그러나 리비아는 비록 우리나라에는 원유를 수출하지 않지만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결정력이 있는 주요 산유국이고 1983년 동아건설의 대수로 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건설ㆍ플랜트 분야에서 일감을 지속적으로 수주하고 있는 만큼 이 지역 정세불안에 우리 정부도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가격변수인 만큼 우리가 손쓸 수단은 없는 게 사실이지만 유가상승이 지속되면 국제수지와 물가에 타격이 큰 만큼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이 지속되면 에너지 절약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에너지 절약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리비아 사태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도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6% 하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9원50전 오른 1,127원60전으로 마감하는 등 리비아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른 대량 예금인출 사태로 흉흉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쇼크는 예상 외로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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