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협상 개시가 선언된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그 논란 중에는 정치ㆍ외교적 이유에서 촉발된 것도 많지만 경제적 이유도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논란 중에는 상당한 부분이 잘못된 정보, 혹은 제한된 분석을 과장되게 해석한 오해에서 출발했다고 판단되기에 적어도 그 오해들은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경제적 논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우리에게 부담만 크고 이익도 별로 없는 FTA를 왜 시작하는가”라는 문제 제기라고 하겠다. 필자는 “FTA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역시 시장 확보”라고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주장은 큰 한계를 가진 분석의 결과만 중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GTAP이라고 불리는 계량 모형은 우리나라에 농업ㆍ서비스업에서는 큰 손실을 주고 제조업에서조차 별로 덕될 것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세율 차이를 주로 감안하는 계량 분석의 결과가 우리나라의 시장 개방 효과를 더욱 크게 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은 계량 모형이 예측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의 상대적 고관세 상황이 우리보다 더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NAFTA 체결의 결과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싱가포르도 호주도 FTA 체결 이후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경험들은 감안하지 않고 매우 불확실한 (그리고 너무 결과가 뻔한) 계량 분석의 결과만 가지고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쉽다.
다음으로는 한미 FTA 이후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겠느냐 하는 의문이다. 국제경제학의 논리는 그렇게 가르친다. 관세가 철폐되면 당연히 자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 유리해지므로 투자 유인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 세계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양국간 교역이 늘면, 즉 양국간 비즈니스가 활발해지면 각각 상대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투자 유인이 커지는 것이다. 유럽연합(EU)에 뒤늦게 가입한 스페인ㆍ포르투갈에 기존 EU 국가들로부터의 투자가, 그리고 NAFTA 이후 멕시코에 외국인 투자가 몰려든 결과가 웅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미 FTA의 결과 일부 산업들이 견디기 힘든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피해를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들이 흔히 매우 과장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 역시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이전에 예측됐던 서비스산업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고, 한ㆍ칠레 FTA 협상 과정에서 가장 우려했던 포도 수입의 폭발적 증가도 실현되지 않았다.
시장 개방은 보호받고 있던 산업들에 단기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고통을 이겨낸 산업들이 진정한 경쟁력을 얻게 되고 지속적인 발전의 비전을 확보하게 된다. 우리의 주력 산업들인 전자ㆍ자동차ㆍ철강ㆍ조선 등이 가장 개방된 환경 속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경제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들은 앞으로 일자리를 책임질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지금의 경쟁력으로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의 산업간 분업 상황을 잘 살펴보면 놀랍도록 두 나라 산업이 보완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이 보유한 제조업의 원천기술, 서비스업의 선진 경영기법 등을 감안한다면 한미 FTA는 우리 산업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