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왔던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지방법원 민사2단독부(판사 김규태)는 H보험사가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보험 가입자인 황모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보험사는 유족들에게 보험금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황씨가 담낭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암으로 인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됐기 때문에 황씨의 질병과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황씨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자살의 경우 보험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 보험약관은 자기가 발생시킨 손해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행위나 보험금 취득을 노린 인위적 보험사고 방지 등을 위한 것이므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 약관의 적용은 배제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경찰관이던 황씨는 지난 2006년 담낭암 말기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로 투병생활을 하던 중 병세 악화로 고통이 심해지자 이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3월 빨래건조대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황씨는 목숨을 끊기에 앞서 경찰공무원들을 가입자로 하는 H보험사의 공무원복지단체상해보험에 가입했다.
황씨가 자살한 후 유족들은 보험금을 청구했고 이에 보험사는 “가입자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약관에 규정돼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