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투자은행에서 활약하던 한국계 거물들이 사모펀드(PEF) 설립자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미국 최대 증권회사인 메릴린치의 김다우(45) 사장과 아틀라스캐피털의 데이비드 전(45) 회장, 2년 전 MBK파트너스를 차린 김병주(43) 회장, 라자드자산운용사의 존 리(48) 이사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40대 중반의 나이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에서 배운 투자이론과 월가 트레이딩룸에서 터득한 경험을 토대로 사모펀드를 만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한국계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운용자금은 개별적으로 수십억 달러에 이르며 뉴욕 펀드 업계에서는 중견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연내에 메릴린치를 떠나 독자적인 사모펀드를 차린다. 메릴린치 측은 퇴임 후에도 김 사장을 고문으로 두고 김 사장의 사모펀드와 업무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메릴린치 2인자 자리에 오른 김 사장은 지난해 스탠리 오닐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3,67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뉴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출신인 전 회장은 지난 2002년 동료들과 헤지펀드인 디스커버리캐피털을 설립, 운영하다 최근 코네티컷주에서 독자적으로 아틀라스캐피털을 세웠다. 이 펀드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해 연평균 1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아시아 대표로 있다가 ‘한국형 사모펀드’ 기치를 내걸고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세운 김 회장도 아시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무르는 큰손. 과거 스커더인베스트먼트에 근무하며 1조4,000억 원 규모의 ‘코리아펀드’를 직접 운영하던 라자드자산운용의 리 이사는 일명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를 총괄하는 배후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칠 때 한국 경제계에 많은 조언을 했으며 소속회사를 통해 한국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유태인들이 미국 이민 1세기 후에 뉴욕 월가에 진출했듯이 이민 100년을 넘어선 재미 이민자 그룹도 서서히 미국 금융계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