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8월 12일] 카프카스 전쟁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의 가장 큰 의문점은 러시아가 자국의 지원을 받아 독립을 주장해 온 남오세티아를 전쟁 이전의 상태로 복구하는 데 그칠 것이냐 혹은 더 나아가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하야까지 노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지난 8일 “그루지야 군인들이 최소 10명의 러시아군을 살해했으며 부상당한 군인들까지 죽였다”고 보도했다. 자국 국민들의 분노를 부추기려는 러시아 정부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지난 9일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CNN방송에 출연,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과 체코슬로바키아를 집어삼키려 했던 구소련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는 옳은 비유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서방 국가들이 카프카스 지역에서 러시아를 몰아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독일은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러시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현실을 사전에 내다봤어야 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그루지야에 대해 무역 및 여행 규제조치를 취해왔으며 그루지야에 자국 군대를 주둔시키면서 때때로 무력을 과시했다. 4월에는 그루지야 영공을 비행하던 그루지야 정찰기를 격추시키기도 했다. 러시아는 남오세티아 주민들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내주는 등의 포섭정책도 펴왔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 같은 도발행위에 마침내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그루지야는 자국보다 훨씬 더 덩치 큰 적과 맞닥뜨리게 됐다.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줄었다. 서방 국가들은 그루지야가 영토를 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은 할지언정 러시아와의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 이제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충돌이 격화되는 것을 막는 일은 나토, 특히 미국에 달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근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총리는 오세티아를 ‘제국 확장’의 구실로 이용하겠다는 생각이 서방 국가들을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불러오지는 않을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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