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개의 지상파 고화질(HD) 방송 주파수 대역을 쪼개 늘어나는 표준화질(SD) 채널을 누구에게 허가해줄 것인가가 방송정책 및 신문ㆍ방송 겸영의 새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방송 진출을 추진하는 일부 언론사와 다채널방송을 꿈꾸는 EBS가 멀티모드서비스(MMS)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MMS란 압축률 등 향상에 따라 1개의 HD방송 주파수 대역을 1개의 HD방송과 2~3개의 SD 및 오디오 방송 채널로 쪼개 사용하는 개념이다. 방통위도 2010년께 MMS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EBS는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영어교육 MMS 세부 시행계획을 보고했다. 오는 6월22일부터 주채널(HD채널 10-1)에는 평생교육 실현을 위한 지성정보ㆍ교양 프로그램을, 부채널(SD채널 10-2)에는 상업광고 없이 EBS English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 허가가 나면 바로 본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방송 인ㆍ허가권을 쥔 방통위가 아직 채널 운영정책 등을 정하지 않은 상태여서 EBS의 계획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방통위 김정태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MMS 정책은 모든 매체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부채널을 포함한) 전체 채널정책이 결정돼야 시험방송을 허가해줄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 과장은 또 "주파수 대역을 쪼개 생긴 부채널은 1개 HD 채널을 허가받은 지상파방송사의것이 아니므로 채널마다 허가가 필요하다. 주채널을 가진 지상파방송사에 허가를 내줄 지, 다른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줄 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는 신문사나 보도전문 채널사업자(PP)인 YTN 등이 지상파방송 부채널을 낙찰받아 보도전문 또는 종합편성 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케이블TV업계 한 관계자는 "시청률 및 광고시장에서 독점력이 강한 지상파방송사의 채널이 늘어나든 부채널이 신문 등 다른 경쟁자에게 넘어가든 케이블TV업계 입장에선 일단 달갑지 않은 일"이라며 "다만 난시청지역이 많아 케이블TV망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서 지상파방송사가 다채널(주채널과 부채널)을 운영하거나 신문사 등이 부채널을 운영해 수지를 맞출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MMS는 지상파방송사가 디지털 전환비용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당근이 될 수도,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에 반대하는 지상파방송사를 견제하는 채찍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MBC 한 관계자는 "방통위의 채널정책이 확정되지 않았고 MBC가 SD 부채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지, 다채널 운영으로 흑자를 낼 수 있을 지 여부 등이 뚜렷하지 않아 지금 단계에선 의견을 말할 수 없다"며 "회사 차원의 정책 결정이 안된 상대고 사내에서도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