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 무산? 잠못드는 카타르

■ 블라터 FIFA회장 전격 사임
유치 뇌물의혹·노동력 착취 논란
새 집행부 개최지 재선정 가능성

제프 블라터(79·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이미 개최가 확정된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3일(한국시간) "블라터의 사임으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가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FIFA는 지난 2010년 12월 개최지 선정 때 예년과 달리 2개 대회 개최지를 동시에 선정해 논란을 불렀다. 선정 이후로도 뇌물 의혹 등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러시아는 영국, 공동 개최를 희망한 벨기에-네덜란드, 포르투갈-스페인 등 다른 후보 국가들을 제치고 2018년 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카타르는 한국·일본·미국·호주를 따돌리고 중동 국가로는 최초로 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달 말 FIFA 회장 5선에 성공한 블라터 회장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월드컵 개최지 변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년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의 경우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촉박하고 새로운 FIFA 회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에 맞서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2022년 카타르 대회는 다르다. USA투데이는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의 "내가 만일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 관계자라면 오늘 밤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인용했다. 카타르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력 착취와 인권 유린 등의 행태로 비난을 받았다. 또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종전 월드컵 개최 시기인 6∼7월이 아닌 11∼12월에 열리는 만큼 유럽 주요 리그 기간과 겹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블라터 회장의 후임으로 들어설 새 FIFA 집행부로서는 뇌물 등 부패 의혹을 안은 채 2022년 대회를 그대로 개최하는 게 개혁 정책과 상충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 고위 간부로 잉글랜드의 2018년 월드컵 유치 활동을 했던 시몬 존슨도 이날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최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FIFA는 당연히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역 예선이 시작된 러시아 월드컵은 현실적으로 개최지 재선정이 어렵지만 2022년 대회 개최지 선정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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