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목표 기준 바꾼다

농산물·석유류 뺀 근원인플레이션율 대신
실생활 반영 쉬운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선제 대응" 강조 韓銀 금리인상 여력 커져


내년부터 정부가 물가안정의 목표로 삼는 기준이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인 근원인플레이션율에서 실생활과 보다 근접한 소비자물가로 바뀐다. 소비자물가로 바뀌면 근원인플레보다 물가 목표가 대략 0.5%포인트 정도 하향 조정되는 효과가 발생, 선제적 물가 대응을 강조해온 한국은행으로서는 그만큼 금리인상 여력이 커진다. 한은은 오는 2007~2009년 물가안정 목표 기준을 근원인플레이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변경하는 한편 목표 상승률을 3.0±0.5%로 확정하는 내용의 중장기 물가안정 기준 변경 내용을 17일 발표했다. 현행 물가안정 목표는 근원인플레이션율 기준으로 2.5~3.5%다. 결국 목표범위는 현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대상지표가 근원인플레이션율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로만 바뀌는 셈이다. 한은은 기존의 근원인플레이션율이 농산물ㆍ석유류 가격이 빠지면서 유가급등으로 물가가 불안해지는 최근 상황이 반영되지 못해 기준 목표를 바꾼다고 밝혔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상의 물가지표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만큼 이를 반영하고 물가 목표의 국제기준으로서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소비자물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사용되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은 단기적인 변동성이 작고 정책금리 조정시 소비자물가에 비해 반응 정도가 큰 장점이 있지만 생계비 중 중요 항목들이 제외돼 민생경제의 흐름과 괴리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지표 변경에 따라 물가안정 목표는 사실상 0.5%포인트 하향 조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인플레이션율에 비해 0.5%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으로서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운신의 폭을 상당히 넓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석유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물가가 흔들려도 과거에는 근원인플레이션 기준으로 인해 금리인상의 근거가 부족했지만 이제는 변동폭이 큰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금리를 더 올릴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 특히 그간 만성화되고 있는 저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의 유지로 인한 가계대출 확대 등을 걱정해온 한은으로서는 이에 대한 정책대응 능력도 강화시킬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우려할 만한 사항이 전혀 없지는 않다. 소비자물가가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커 이를 따라가다가는 통화정책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재천 조사국장은 “소비자물가는 근원인플레이션에 비해 변동폭이 다소 크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물가안정 목표치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이때 일시적인 것인지, 기조적인 것인지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해 통화정책의 안정성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은은 기존 지표인 근원인플레이션도 통화정책의 주요 참고지표로 계속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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