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은 판타지다. 데뷔작 ‘가을동화’의 어린 은서가, ‘어린신부’의 보은이가 그랬다. 28일 개봉작 ‘댄서의 순정’의 채린이 역시 라틴 댄스를 추는 옌볜 소녀라는, 현실과는 좀처럼 조합되지 않는 환상을 그려냈다. 그녀는 이 시대 최고의 ‘상품’이다. 영화부터 휴대폰, 화장품 CF까지, 그녀의 눈웃음 하나에 객석이 꽉 차고 매출이 쑥쑥 오른다. 모두들 대입 준비에 골몰할 열 아홉 나이에 말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 19살 ‘소녀’는 그래서 고민이 많다. 그녀만이 갖고 있을, 혹은 우리 모두가 하나쯤은 안고 있을 고민일 수도 있다. 문근영이 말하는 문근영은 누구일까. #너무 큰 사랑에 늘 감사해요. 하지만 걱정도 많아요. 지금과 같은 사랑이 익숙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덜 감사해 할 지도 모르잖아요. 사랑에만 익숙한 내가 듣기 싫은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두려워요. 초조한 나를 편하게 만들고 싶어요. 늘 그래왔듯, 제 길을 뚜벅뚜벅 걸으면 되지 않을까요? #절대 상품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런데 모르는 사이 이미 그렇게 됐어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만든 주변에 배신감도 느껴요. 하지만 아직도 난 상품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세상 모두가 나에 대해 착각에 빠졌을 지도 몰라요. 언젠간 깨지겠죠. 나는 담담할 텐데,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까요? #기부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에요. 너무 크게 포장이 될 땐 부담스럽기도 해요. 전 사실 바른 생활 소녀도, 모범생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에요. 자유롭게 느끼는 대로 갈 거에요. 저도 길거리에 쓰레기를 마음대로 버릴 수 있어요. ‘댄서의 순정’을 찍으면서 스스로 자란다는 걸 느꼈어요. 생각도, 외모도, 느낌도 자라고 있어요. 그래서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이 없어요.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느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영화를 택한 것도 내가 자랐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변신은 나중에 할래요. 내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갈 할 때가 되겠죠.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그 동안 너무 안 했지만(웃음) 공부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외국어도 잘 하고 싶고, 춤도 다시 배우고 싶고, 스카이다이빙, 행글라이더도 타고 싶어요. 만들기를 잘 해요. 도자기, 프라모델도 재밌어요. 악기도 잘 다루고 싶어요. 어렸을 땐 피아노를 잘 쳤는데 지금은 악보도 잘 못 읽어요. 요리가 재밌어요. 떡볶이, 피자도 만들 줄 알아요. 어렸을 땐 은행강도가 되고 싶었어요. 루팡처럼 완벽한 도둑 말이에요. 이젠 주민등록증이 나와 못해요. 그런데 마녀가 돼 보는 건 어떨까요? #지켜봐 주세요. 그게 제일 고마운 거잖아요. 무덤덤한 성격이라 받은 사랑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직도 어색해요. 팬들도 많이 아쉬워 하세요. 미안하고 죄송해요. 하지만 지켜봐 달라는 말은 꼭 하고 싶어요. 실수할 수도 있겠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나아갈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