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되면서소득이 노출되는 공인중개사들이 내년 이후 대거 간이 과세자에서 일반 과세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개사들 사이에 중개수수료에 대한 부가세를 소비자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만약 부가세를 추가로 받게 되면 서민들의 중개수수료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건설교통부는 그동안 중개수수료에는 부가세가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이 문제에 대해 법제처 유권해석을 의뢰해 결과가 주목된다.
◇중개사 '일반 과세자' 전환 임박 =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인중개사의 90% 이상은 연 매출 4천800만원 미만인 간이 과세자로 등록돼 있다. 따라서 그동안 부가가치세를 3%만 내거나 6개월 매출을 1천200만원 미만으로 신고해 부가세를 면제받는 사람이 많았다. 자영업자인 중개사의 소득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간이 과세자로 등록해 세금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들어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시행되면서 중개업자의 소득이 고스란히드러나게 됐다.
김모 세무사는 "실거래가 신고를 하면 거래 신고 건수와 매매 가격이 파악되기 때문에 법정 수수료율을 곱하면 공인중개사의 매출액을 알 수 있다"며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없는 전세는 제외하더라도 수입이 큰 매매 거래는 소득이 모두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간이 과세자로 등록돼 있던 공인중개사 가운데 매출이 4천800만원 이상인 경우는 모두 일반 과세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서초구 서초동 K공인 관계자는 "서울.수도권, 지방 대도시의 웬만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있는 중개업소는 연 매출이 4천800만원은 충분히 넘는다"며 "상당수 중개사들이 일반 과세자로의 전환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가세 받게 해달라" 요구 = 이에 따라 최근 대한공인중개사협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양 단체는 법정 중개수수료 외에 별도 부가가치세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을 건교부에 요청했다.
건교부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의 '사례.증여 그밖의 어떠한 명목으로도 법정 중개수수료 또는 실비를 초과해 금품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부가세를 따로 받을 수 없고, 수수료 안에 부가세가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부가가치세는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인만큼 중개사가 아닌 거래 당사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며 "중개사들의 소득이 완전히 노출되는데 부가세 부담까지 지우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중개사들 사이에도 불만이 높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S공인 사장은 "연 매출 5천만원에 사무실 임대료, 직원들 월급, 부가세 10% 내고 나면 인건비도 못건질 판"이라며 "중개사 지갑이 '유리알'처럼 투명해진 만큼 성실 납세를 유도하기 위해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중개사는 "회계사.세무사.법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모두 수임료 외에 부가세를 따로 받는데 중개사만 수수료에 부가세가 포함돼 있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개수수료에 부가세를 붙이면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만약 거래금액이 5억원인 아파트를 팔 때 법정 중개수수료인 200만원만 내면 됐지만, 부가세(10%) 20만원을 더 받으면 총 2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이달 중순 법제처에 관련 내용의 유권해석을 의뢰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제처는 8월말-9월초는 돼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개사의 소득이 완전 노출되는 만큼 중개수료의 부가세 문제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며 "정부는 중개사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서민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도 있어 결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