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은 증권사에 다양한 영업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블루오션을 마련해줄 것입니다. 향후 3년 내 대형사로 거듭나는 토대를 마련해 자통법 시행 이후 가장 경쟁력 있는 증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기범(52ㆍ사진) 메리츠증권 사장은 2일 기자와 만나 “자통법 시대를 맞아 초기에는 파생상품 운용,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핵심 역량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신규사업부문에도 진출할 계획이며 궁극적으로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등 그룹 전체적으로 대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복심(腹心)이다. 증권사의 대형화는 자통법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특화된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대형화라고 하면 자산의 대형화, 자기자본의 대형화, 약정의 대형화 등이 가능하겠지만 이에 앞서 강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메리츠종금과의 합병설에 대해 김 대표는 섣부른 예단을 우려했다. 김 대표는 “현재 메리츠종금과의 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IB 부문 등 증권과 종금이 중복되는 부문은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그 외의 부문은 증권과 종금이 각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어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분산된 에너지를 집중하는 차원에서 많은 금융회사들이 대형화 및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제반여건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지주사 설립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증권ㆍ종금ㆍ 화재 등 계열 금융사의 자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차별성 있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메리츠증권은 김 대표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IB본부 내에 인수합병(M&A)사업부와 국제영업사업부를 새로 도입했고 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 내에 부동산금융연구소를 신설했다. 지난 6월25일 출범한 부동산금융연구소는 성장 가능성이 큰 부동산 금융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메리츠증권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인력은 부동산학 박사급 상근연구원 4명, 부동산실무를 담당하는 겸임연구원 5명, 부동산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 4명이 주축인 자문위원단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내외 부동산시장 현황 및 전망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주는 거시경제 변수 수집 및 분석 ▦부동산 금융세미나 개최 ▦부동산금융 관련 연구 ▦정기 간행물 발행 ▦부동산금융 전문가 양성 등을 담당하게 된다. 김기형 부동산금융연구소장은 “부동산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10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큰 축으로 자리잡았다”며 “외국의 선진 부동산금융 기법의 도입이 용이해지고 부동산금융상품 및 파생상품의 발행이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금융연구소는 현장 밀착형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메리츠증권은 지점영업에도 메스를 가할 예정이다. 지점 수를 늘리기보다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내실을 탄탄히 다진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지점영업의 패러다임은 주식매매에서 금융상품으로 바뀌고 있고 향후 자산관리영업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 지점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