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현안 다 쏟아낸 美中정상회담

경제분야에선 '모양새' 갖췄지만 인권·이란 핵문제 등 주요 현안은 결론 없어

21세기 패권을 다투는 미중간 20일 정상회담은 팽팽한 신경전의 연속이었다. 당초 예상대로 양국이 경제통상 분야에선 어느정도 '윈윈'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선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뚜렷한 결론없이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본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간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다 쏟아냈다.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 '사우스 론'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중국으로선 듣기 거북한 중국내 인권문제, 언론과 종교의 자유, 북한과 이란 핵문제를 빠짐없이 들추어냈다. 부시는 본회담 직후에도 "양국이 인권과 종교의 자유 등의 분야에서 솔직하게 이견을 드러냈다"고 밝혀, 양 정상간에 이견이 적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미중간 무역마찰, 위안화 환율 조정,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 대해선 양보 자세를 보였지만 대만 독립, 이란및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강경 태도는 '민주주의와 자유 확산'을 집권 2기의 외교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무리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전체제 붕괴이후 유일 초강대국,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해온 미국 입장에서 근래들어 경제력 급성장에 힘입은 중국의 맹렬한 추격에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고, 민감한 세계적 현안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계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시의 이날 발언은 상당한 함의를 담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실제 부시는 이날 개막사 초두부터 "중국은 자국 인민들에게 집회를 하고 자유롭게 말하며 신을 숭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만 보다 성공적인 나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중국의 '폐부'를 건드렸다. 부시가 이처럼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한 배경에는 미 하원의원 119명이 최근 반체제 학자 양젠리(楊建利) 석방문제를 건의해온데 이어 파룬궁 인사들의 집단 항의시위, 북한의 탈북자 문제 등이 두루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시는 북핵문제에 대해 직설적인 표현을 감추지 않았고,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특히 "북한이 기존의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올바른 전략적 결정을 내릴 때만 6자회담이 성공할 수 있다"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했다. 물론 후 주석은 최대한의 '성의와 협조'를 표시하려는 자세를 취하긴 했다. 그는 답사에서 "국제 비확산 체제 유지와 지구적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한반도와 이란 핵문제에 관해 미국과 협력할 태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지만 '무력행사'가 아닌 '외교적 해결'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아울러 미국측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위안화 환율 개혁과 대미 무역및 투자개선, 중국내 지적 재산권 보호 노력을 약속했다. 중국의 인권문제 개선과 '사회 민주주의'로 발전하기 위한 정치혁신, 테러리즘 근절과 조류인플루엔자 퇴치 노력도다짐했다. 앞서 후 주석은 지난 12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와 불법 DVD, 음악 CD 등에 대한 단속 강화를 약속했고,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파견, 15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상품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2천16억 달러에 이르렀고, 부시 행정부에대한 의회와 업계측의 불만은 날로 고조돼 왔다. 중국의 최대 관심사인 대만 문제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양국간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북한 및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큰 진전이 없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회담 직후 "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을 갖춰선 안된다는 중요한 공동목표를 갖고 있다"며 양국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뜻을 밝혔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회담석상에서 중국이 단순한 중재자 역할에 머물게 아니라 '전향적인' 해결 노력을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란내 최대 유전 사업권을 가진 중국이 미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란 제재 대열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도 "한반도 비핵화에 중국이 건설적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입장을되풀이하면서 6자회담 당사국의 유연성을 촉구, 오히려 미국의 태도변화를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이와함께 본회담에서는 연간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는 중국의 국방비를 포함한 중국의 군사력 증강, 에너지 문제, 탈북여성 김춘희(가명) 씨의 강제 북송 문제등에 대해서도 논의됐을 것으로 언론들은 관측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