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기준으로 미국 1위 은행인 JP모건이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재점화되면서 지난 6주 동안 파생상품 거래로 2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 월가에 큰 충격을 줬다.
10일(현지시간) 제이미 다이먼(사진)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갑자기 마련한 콘퍼런스콜을 통해 회사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최고투자부서(Chief Investment Office)에서 파생상품 투자를 잘못해 이 같은 손실을 입었다고 공개했다. 이에 앞서 JP모건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합성신용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손실이 있었으며 이 포트폴리오는 당초 예측보다 위험이 높고 변동성이 큰 반면 헤지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번 투자실패의 핵심 인물은 CIO 소속으로 런던에서 활동한 트레이더 브루노 익실로 파악되고 있다. 익실 팀은 경기와 기업 신용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회사채가 부도가 났을 때 원금을 보장하는 일종의 보험인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대량으로 팔았다.
하지만 3월부터 유럽 재정위기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헤지펀드들이 대거 반대방향으로 베팅을 하면서 JP모건은 큰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익실 팀은 지난해 말 기준 3,500억달러의 투자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JP모건 자산의 15%에 해당한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달 '런던 고래'라는 별명을 가진 익실이 수많은 헤지펀드들을 상대로 마치 체스게임 하듯 거래를 하고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다이먼은 "합성신용 포트폴리오에 결함이 있었고 복잡했으며 집행과 감독이 부실했다"며 "터무니없는 우리의 실수"라고 고백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다이먼이 헤지를 위해 CDS에 대한 대량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보다는' 프랍트레이딩(자기매매거래)'을 통해 고수익을 노리다가 실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IO는 은행 자산에 대한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결국 은행에 엄청난 손실을 안기게 된 셈이다. JP모건은 CIO 부문에서 주식매매를 통해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지만 파생상품에서의 대량손실로 총 8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파생상품 손실규모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이먼은 시장의 변동성이 심할 경우 2ㆍ4분기에도 10억달러의 추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까지의 손실규모도 이날 공개한 20억달러 수준이 아닌 23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비록 파생상품에서 큰 손실을 봤지만 은행 전체가 위기로는 빠져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ㆍ4분기 JP모건의 순이익은 54억달러로 손실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2ㆍ4분기에도 40억달러 정도의 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다이먼은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건실하다는 경영평가를 받고 있는 JP모건의 명성에 큰 흠집을 낼 것으로 보인다. 또 '월스트리트의 왕(king of Wall street)'으로 불리는 다이먼 CEO의 신뢰도 크게 훼손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달 13일 1ㆍ4분기 실적에 대한 콘퍼런스콜에서 신용스와프 거래에 대해 "찻잔 속의 태풍"이라며 의미를 축소한데다 거래과정에서도 주기적으로 포지션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는 점은 다이먼이 잠재적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