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다세대·빌라 인기 한몸에

시장 회복·지하철 개통 등 호재… 아파트보다 가격 저렴 메리트
논현동 등 지난달 거래 두배 껑충… 고가 미분양 물량도 대부분 소진

올 들어 지하철 개통 호재와 전세난이 겹치면서 강남권 연립·다세대주택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단독과 연립·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논현동 일대 전경. /박성호기자


"지난해 말부터 문의가 늘더니 올 들어서는 거래가 많이 성사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매물이 없어 거래가 주춤한 상황입니다."

서울 강남권 다세대·빌라가 올해 들어 인기다. 부동산 경기 회복과 함께 지하철 개통 등 국지적인 호재,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2일 일선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논현·신사·역삼동 등 강남구 일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가 늘고 있다. 5억원 안팎의 중소형 연립은 물론 수십억원대의 고급 빌라도 드물지 않게 팔려나가는 모습이다.

논현동 D공인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 일대에 호재가 많아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꾸준하다"며 "매수세가 여전히 강한 가운데 오히려 집주인들이 가격상승 기대감에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월 거래량 두 배 껑충=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강남구 일대 다세대·연립 거래는 총 2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9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내 다세대·연립 거래량이 같은 기간 4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경매 시장에서도 강남권 다세대·빌라의 인기가 높다. 1·4분기 22건 중 11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이 50%에 달했으며 감정가 대비 평균 낙찰가율도 80%를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낙찰률은 19%포인트, 낙찰가율은 5.6%포인트 상승했다.

20억원이 넘는 고급 빌라도 꾸준히 매매되고 있다. 특히 2~3년간 미분양으로 남았던 청담·논현동 일대 신규 고급 빌라도 올 들어 거의 소진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담동 S공인의 한 관계자는 "논현동 L빌라도 2년 만에 모두 팔렸고 삼성동 D빌라 역시 완판을 앞두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에 고액 자산가들도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분위기 개선·호재·가격 3박자 갖춰=이 지역 다세대·빌라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무엇보다 최근 눈에 띄게 개선된 강남권 부동산 시장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남 지역 신규 아파트가 잇따라 분양에 성공한데다 올 들어 취득세 영구인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이어져 시장심리가 회복되면서 다세대·연립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교통 호재도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해 분당선 연장선이 2호선·5호선 환승역인 왕십리역까지 연결돼 강남·북 간 이동이 쉬워진데다 지하철 9호선 연장선(논현~잠실)까지 개통될 예정이어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 일선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점도 수요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역삼동 일대 빌라의 경우 주로 3.3㎡당 1,500만~1,800만원대의 물건들이 많아 같은 지역 아파트보다 30~40%가량 저렴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저렴한 연립으로 흡수되는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연립·다세대 시장 역시 강남권이 먼저 움직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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