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주방식 그대로 '바흐 음악'을 만난다

지휘자 헤레베헤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합창단과 한국무대에
6월 11·12일 LG아트센터서 공연
'미사 B단조' 250년전 소리로 재현



‘웰빙(Well-being)’ 자연 그대로, 인공적인 조미료 없는, 옛 방식의 삶이 현란하기 그지 없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새로운 유행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서 만큼은 ‘원전(原典) 연주’ 혹은 ‘정격 연주’라고 불리는 이 웰빙 방식의 연주가 한발 먼저 세상을 점령했다. 원전 연주란 17~18세기 음악을 당시 악기와 당시 연주 스타일 그대로 연주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 70년대부터 유럽 음악계에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원전 음악은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2000년 이후에는 말 그대로 전 세계 클래식의 주류를 넘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클래식 원전 음악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Philippe Herreweghe)가 자신이 직접 창단한 애마 군단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합창단과 함께 한국 무대에 선다. LG아트센터 6월 11~12일. 벨기에 출신의 한때 대학에서 의학공부를 했던 특이한 경력의 지휘자 헤레베헤는 88년 콜레기움 보칼레 켄트와 함께 연주한 바흐의 대표적인 종교곡 ‘미사 B단조’ 음반 하나로 전 세계 원전 음악광들을 말 그대로 광분시킨 인물. “옛 악기로 연주하는 슈베르트 교향곡 연주가 있다고 하면 젊은 관객으로 가득찬 연주회가 됩니다. 하지만 같은 교향곡이나 하이든의 교향곡을 현대 악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면 공연장의 반이 비어요.” 헤레베헤의 말처럼 요즘 유럽 연주회장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존 엘리엇 가디너 등 원전 연주의 명 지휘자들이 주름잡고 있다. 클래식 초보자들에겐 아마 그의 음악이 조금은 허전한, 만들다 만 소리처럼 들릴지 모른다. 마치 기름진 음식에 길들여진 식도락가들이 웰빙 음식을 감질나는 소꿉장난 음식으로 여기며 인상을 찌푸리듯. 하지만 최고의 음악, 최고의 음식에겐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모든 사람이 그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가 들려줄 곡목은 바흐 종교 음악 결정체이자 보석으로 불리는 미사 B단조 한 작품. 1749년에 작곡된 이 작품은 헤레베헤의 진가를 인정케 한 바로 그 음악이다. 1970년 그가 창단한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가 내한해 250년 묵은 소리를 재현한다. 과연 음악의 고고학자인 그와 그의 동료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당시 바로크 사람들이 들었던 그 음악 그 소리 그대로일까. 헤레베헤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까지 바흐작품을 60여개 정도 레코딩했으니 제가 소위 바흐 전문가이긴 하지요. 하지만 지금 하는 것과 바흐 시대의 것과는 별개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집니다. 하지만 그 정신에 있어서는 비슷하길 바랍니다.”(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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