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
뒷일이야 어찌 되는 당장은 폼 나게 큰소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었다.
무분별한 충동구매, 소비조장, 신용불량자 양산 등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른 신용카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아 이제 겨우 50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신용카드는 20세기의 혁명적 금융수단이었다.
신용카드가 만들어진 것은 1949년 미국 시카고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은 후 지갑을 두고 와 큰 곤란을 겪은 데서 비롯됐다.
프랭크와 그의 친구들 200여명이 밥값이 없을 때를 대비해 만든 게 바로 신용카드. 이렇게 해서 최초의 신용카드 다이너스카드가 생겨났다.
이로부터 17년 뒤인 1967년 우리나라에도 신용카드가 도입됐다.
신세계백화점이 계열사 임직원을 상대로 자사 카드를 발급한 게 국내 최초의 카드로 기록된다. 지금과 같은 신용카드가 나온 것은 1978년 외환은행이 VISA카드를 발급하면서부터. 그러나 당시 신용카드 발급 대상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신용카드를 지갑에서 빼내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이유도 없이 폼이 났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성공한 사람에게는 다르다는 점을 과시하고 싶은 장식품이었다.
일부 가진 자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신용카드가 일반대중에게 상용화된 것은 바로 1982년 6월7일 비씨카드가 발급되면서부터다.
조흥ㆍ상업ㆍ제일ㆍ한일ㆍ서울신탁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설립한 은행신용카드협회(비씨카드의 전신)는 은행 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은행들이 전국적인 조직망과 공신력을 바탕으로 신용카드 업계에 진출, 본격적인 신용카드 시대를 맞는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