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의 대국(大國)외교

“중국은 중미 관계의 전면적인 발전이 지속되도록 미국과 일관되게 노력을 기울여나가길 희망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던 지난 9일 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긴급 전화통화에서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앞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핵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살폈다. 북핵 문제가 벼랑 끝까지 치달은 지금 중국은 미중 관계에 외교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북한의 나쁜 행동(핵실험)에 대한 것이라면 누구도 그들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왕광야(王光亞) UN 주재 중국대사의 최근 발언도 북한과의 오랜 ‘혈맹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했다. 중국이 정말 북한의 ‘맏형’ 역할을 그만두려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중국의 태도변화는 지난 2002년 후진타오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후 정권은 중국의 외교정책 기조를 대국(大國)외교 중심으로 바꿔 ▦책임있는 대국(負責任的大國)의 입장에서 ▦평화적 수단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和平崛起)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미 외교에 최우선을 두면서 국력을 키워나가겠다는 방향 설정이다. 올해 4월 후 주석의 미국 방문 때 국빈방문이 아닌 일반방문으로 격이 낮춰지고, 백악관 환영행사에서 파룬궁 관련자가 후 주석의 연설을 방해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도 ‘외교적 굴욕’을 참아낸 것은 대국외교의 필요성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또 다른 표현이었다. 우리 국민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고구려와 고조선의 역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멈추지 않는 것도 대국외교의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측은 대체로 지금까지의 대국외교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이다. 최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방중(訪中) 때 미국과 ‘경제전략회의’의 정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G2’의 하나로 인정받게 됐으니 큰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대국외교에는 대만 독립문제, 고구려사 왜곡 문제 등 수많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당장 북핵 문제가 중대한 분기점이다. 옌쉐퉁(閻學通) 칭화(靑華)대학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중국이 종전의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면 북한과 적대관계에 놓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핵을 인정할 것인가, 미국과 손잡고 북한에 등을 돌릴 것인가. 중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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