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사에 방카슈랑스 불공정계약 강요

은행ㆍ증권사 등이 보험회사와 방카슈랑스 대리점 계약을 맺으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4일 “방카슈랑스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은행 등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약을 해지한 후에도 이미 판매한 상품에 대해 보험료 수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공정 계약 사례가 발견됐다”며 “이른 시일 안에 시정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계약서에는 은행 등이 대리점 업무를 하다가 잘못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사가 대리점의 잘못을 입증해야 책임진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보험사는 은행 등에 대한 조사를 아예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사실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은행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있어 수수료 인상 등을 보험사에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약관이 교부되지 않거나 자필서명이 빠지는 등의 이유로 보험사에 손실이 생겨도 대리점이 책임지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적발됐다. 또 계약 해지 이후에도 이미 유치한 계약에 대해서는 은행 등이 보험료 수납, 보험금 지급 등의 영업을 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받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허창언 금감원 보험검사국 팀장은 “현재 은행과 보험사간의 방카슈랑스 제휴 계약은 매우 심각한 수준의 불공정 계약”이라며 “다음달 세부적인 계약내용이 담긴 부속계약서와 함께 다시 한번 계약의 부당성 여부를 검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은행과 보험사는 현재 기본 계약만 체결한 상태로 26일 감독규정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한 후 수수료 배분기준 등 구체적인 사항이 담긴 부속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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