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진단] 내수-수출 동반 둔화

수출 美·中경기침체등으로 부진땐
내수시장 예상보다 깊은 수렁 빠질듯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에 반대하는 촛불이 타오르는 사이 한국 경제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초고유가와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인한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인해 고용시장은 빈사상태에 빠졌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은 얼어붙었다. 시중 금리는 오름세를 탔고, 그동안 대출에 의존했던 중소기업은 갑자기 불어난 상환부담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한국경제는 악화되는 대내ㆍ대외조건에 맞서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내수를 대신해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ㆍ여당이 추진하는 감세정책도 경제에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4.8%. 안팎으로 악재가 쏟아져 나온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선방’한 수치라고도 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을 이만큼이라도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단연 수출이었다. 민간소비가 전년동기대비 2.4% 늘어나는데 그치는 부진에 빠져 내수 증가율은 지난 1분기 대비 0.3%에 그친 반면, 수출은 전 분기에 비해 3.7%의 증가세를 보이며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다. 바꿔 말해, 수출이 나빠지면 우리 경제는 버팀목을 잃고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하반기 수출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아직은 수출호조세가 급격히 꺾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내놓은 3분기 수출전망은 세계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증가율은 전년동기비 19%의 호조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미국경제 침체와 중국의 경기급랭, 이머징마켓의 경제위기 등 우려되는 잠재 악재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수출시장은 빠르게 냉각될 전망이다. 최근 잠잠해진 유가와 환율도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주요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밑도는 90.6에 그쳐 수출업체들의 기대심리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내수경기가 이미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믿고 있는 수출이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일 경우, 예상보다 깊은 골로 빠져드는 경기 침체를 각오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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