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불황 이렇게 뚫는다] 4. 유통 맏형으로 뜬 할인점

올해로 국내 유통업계에 할인점이 등장한 지 10년이 된다. 지난 1993년 신세계이마트의 오픈과 함께 시작된 국내 할인점의 역사는 `가격파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백화점과 재래시장이 주도하고 있던 유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올 시장규모는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할인점은 첫 선을 보인지 10년 만에 상반기 총매출액 9조원을 기록, 백화점의 8조6,000억원을 추월했다. 또 할인점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크게 변해 기존의 `1物 1價`시대에서 `1物 多價`시대로의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할인점은 계획구매, 공동구매, 가족단위 쇼핑이라는 새로운 소비유형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신세계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빅3`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일궈온 국내 할인점 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해 본다. “1호점을 오픈할 당시에는 협력 회사들이 할인점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일반 대리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납품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물건을 납품하려는 업체가 부족해 처음에는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진열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광고나 전단지 등의 마케팅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철저히 구전에 의해 하루매출이 결정됐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에 이마트가 소개된 날은 상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였던게 기억에 남는다” 지난 1993년 11월 국내 첫 할인점인 신세계이마트 창동점을 오픈할 당시 실무자로 일했던 정오묵 상무의 회고다. 하지만 국내 할인점 업계는 난관을 헤치고 올 연말 점포수만 280여개에 달할 정도로 유통업체의 명실상부한 맏형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매출 17조6,000억원은 상륙 첫 해 30억원에 비해 5,866배 가량 늘어, 경이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할인점이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외국계 할인점의 등장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까르푸와 월마트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국내에 진출하자, 토종 할인점들은 국내 상황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였던 것이다. 실례로 신세계이마트는 `소매과학화`를 표방해 매장 운영전반 및 물류 시스템분야에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 국내 할인점 사업을 미래산업으로 끌어올렸다. 롯데마트는 지난 1998년 4월 롯데마트 1호점인 강변점을 열고 할인점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 점포를 오픈할 때 재래시장 중심으로 중.소 상인들의 반발이 심했다. 특히 익산점의 문을 열 때는 지방 상인들이 매장영업을 방해하고 주차장 등을 봉쇄하는 집단행동을 벌여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수익을 환원하는 시스템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영일 롯데마트 기획마케팅 담당 이사는 할인점 후발주자로서 특히 지방에 점포를 내면서 어려웠던 시절을 설명했다. 할인점 업계에 이마트 보다 늦게 진출한 롯데마트는 올해 초 대표이사 체제로 조직을 재편하고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를 위해 올 초 전점에 운영시스템인 `롯데마트 신 MD 시스템`을 구축, 점포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또 할인점 신규 출점은 롯데마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으로 현재 30여 개의 할인점 부지를 확보해 놓았으며 올 연말까지 출점하는 3개 점포를 포함, 2006년 이후에는 60개 이상의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한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난 1997년 9월 2,600평 규모의 대구점을 시작으로 할인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홈플러스는 삼성물산의 유통부문에서 사업을 시작, 지난 1999년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와 합작으로 지금의 기틀이 잡았다. 합작 이후 3년 만에 업계 `빅3`로 급부상, 시장 진입에 성공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오는 2005년까지 전국에 55개점을 출점해 연 매출 10조에 달하는 대형 유통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 같은 홈플러스의 성공 배경에는 창고형 매장을 탈피한 매장 구성과 밝은 조명,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 등으로 고급화를 추구한데 있다. 게다가 할인점으로는 유일하게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은행, 병원, 미용실, 서점, 안경점 등 각종 생활편의 시설도 마련했던 점이 적중했다. 홈플러스는 외국의 소비자와는 달리 국내 소비자들은 할인점에서 백화점에 뒤지지 않는 고급화된 서비스를 원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표) 국내 할인점 연도별 점포수 및 매출액(단위-개, 억원) 점포수 매출액 1993년 1 30 1994년 4 1,200 1995년 22 7,200 1996년 42 16,000 1997년 76 35,820 1998년 97 60,000 1999년 115 80,000 2000년 160 102,000 2001년 198 132,000 2002년 245 176,000 2003년(추정) 280 200,000 *자료-관련업계 <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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