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자분 우선 손실처리 논란

[중기특위案 쟁점]
'기술사업화 투자펀드' 혈세낭비 부추길 소지
'기술평가 보증보험'도 리스크 커 보험사 기피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2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중소기업 기술사업화 촉진 종합대책’이 기술사업화전문투자펀드 운용사 등의 잘못으로 인한 손실을 ‘국민의 혈세’로 우선 메꾸도록 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기특위가 보고한 기술사업화전문투자펀드 5,000억원 조성안은 기술력 있는 중소 벤처기업의 사업화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것. 정부가 펀드의 20~30%를, 연기금과 민간이 나머지를 출자토록 하고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민간자금 유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 출자분을 우선 손실처리하겠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정부 출자분을 우선 손실처리할 경우 펀드 운용책임을 맡은 창투사 등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길 뿐”이라며 “투자내용은 기존의 벤처 투자펀드와 다를게 없는데 손실책임 부분만 펀드 운용사측(업무집행조합원)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개악된 것 같다”고 혹평했다. 정부의 창투조합 출자정책을 담당해온 중소기업청도 이 같은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민간자본이 투자를 꺼리는 창업 초기 중소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해서는 정부의 출자비중을 일반 펀드의 2배(약 80%) 수준으로 높이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운용사측(업무집행조합원)에 우선적인 손실보전책임을 지우고 있다. 100억원의 펀드가 15억원의 손실을 본 경우 운용사측이 10억원을 출자했다면 10억원을 전액 손실처리하고 나머지 5억원은 출자자들의 지분에 따라 손실처리하는 방식이다. 기술가치평가와 민간의 보험상품을 결합한 ‘기술가치평가 보증보험’ 프로그램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기특위 안은 기업과 기술평가기관이 공동으로 보험료를 내고 기업은 보험증서를 발부받아 은행에서 대출받는다. 대출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은행 대신 물어준다. 이 안은 지난해 6월 중기특위 대통령 업무보고 때 대통령의 지시로 구성된 ‘기술ㆍ신용평가 전문기획단’이 만든 안보다 나을 게 없어 보인다. 기획단에서 이 부문 분과위원장을 맡아 안 마련을 주도한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산자부 안을 토대로 한 기술가치평가 보증보험은 민간 보험사들이 리스크가 크다며 불참 의사를 밝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난 것”이라며 “기업 부도시 산업재산권이 금융기관에 귀속돼 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박탈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획단은 이미 기업과 정부, 은행이 보험료를 분담하는 ‘기술가치보험제도’ 도입안을 마련한 상태다. 부도확률이 5%인 기업에 5%의 보험료율을 적용할 경우 기업과 정부가 각각 2%, 은행이 1%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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