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美·유럽 금리인상해선 안돼

미국경제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는 게 밝혀졌다. 지난 2ㆍ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예상했던 연율 2.2%보다 낮은 1.1% 성장에 그쳤으며, 1ㆍ4분기 성장률도 6.1%에서 5.0%로 수정됐다.또 테러가 발생한 3ㆍ4분기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던 지난해 GDP 역시 4ㆍ4분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전망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7월 시카고 구매관리자 지수도 급락, 미래 역시 어둡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지표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주가 약세를 설명해주고 있다. 경제상황을 봤을 때, 주가의 거품이 남아 있다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가하락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실제 지난 87년의 경우 주가 폭락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 물론 주가 하락 기간이 훨씬 길고 또 더 많은 중산층이 주식시장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지난 80년대 중반과 현재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가하락에 따른 자산상 손해를 상쇄하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개인들의 소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주고 있다는 점도 고려가 돼야 한다. 그러나 그 여부를 떠나 소비자신뢰지수가 최근 미국과 유럽모두에서 떨어지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는 견실했던 미국과 영국의 소비가 앞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대륙에서는 이미 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독일의 6월 소매판매는 1.7% 하락, 경제상황이 좋지 않음을 보여줬다. 내수가 감소함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수출을 통해 경제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유로화 강세와 미국의 소비 위축으로 이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보다 유럽의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면서 부시 행정부보다 더 심각하게 유럽의 경제 지도자들이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럽경제가 지난 4월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럽 기업의 이익은 미국기업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 기업인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도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일은 미국과 유럽의 중앙 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더블딥(W자형 침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이상 2003년 이후에나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도 금리인상을 자제하는 현 방침을 당분간 지속해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8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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