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문화 변화에 따라 고전도 해석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더구나 극적 긴박감이 넘치는 뮤지컬 속에서라면 셰익스피어 원작도 파격적인 모습으로 변화를 거치는 게 이상할 게 하나 없답니다. 언젠가는 남한의 로미오, 북한의 줄리엣이라는 소재로 새 뮤지컬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와 더불어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는 ‘로미오 앤 줄리엣’이 새롭게 다듬어진 이야기로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다. 내년 1월 20~2월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이번 공연의 제작은 2001년 프랑스 파리에서 로미오 앤 줄리엣을 처음 무대에 올린 작곡가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직접 맡았다. 프레스귀르빅은 2001년 파리 팔레 드 콩그레 극장에서 초연할 당시 음악과 대본은 물론 직접 제작까지 해 냈던 인물. 그는 내년 한국에서 막을 올리는 로미오 앤 줄리엣을 위해 기존 곡 가운데 4곡을 빼 내고 새로 4곡을 추가했다. 큰 줄거리는 초연 때와 비슷하지만 음악 색깔은 더 감각적이고 박진감 넘친다. 프레스귀르빅은 “각 장면의 긴박감 넘치는 전개를 위해 초연 당시 곡의 가사를 변화시키거나 곡 자체를 과감하게 삭제하기도 했다”며 “웅장해진 무대와 더욱 화려해진 의상, 새로운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초연보다 한층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프레스귀르빅은 새로워진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을 들고 이번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세계 투어 장정에 나선다. 음악ㆍ무대ㆍ의상만이 아니라 출연진도 조금 변화를 거쳤다. 로미오는 초연 때에 이어 다미앙 사르그가 맡았다. 다미앙 사르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페뷔스와 그랭구와르 역을 맡았으며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으로 300회 이상 무대에 올랐다. 줄리엣 역은 8살 때부터 모델로 활동하는 등 천부적인 끼를 가진 조이 에스뗄이 새로 맡았다. 초연 때 안무와 연출을 맡았던 세계적인 연출가 레다는 이번 공연에서도 프레스귀르빅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레다는 “초연 무대에 비해 극적인 요소를 더 많이 가미했다”고 소개했다. 내년 국내 공연에는 6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며, 이룸이엔티와 극단 광장이 공동 제작사로 참여한다. 이룸이엔티는 한국 공연 뿐 아니라 아시아와 호주 공연 판권도 따내 한국에 이어 대만, 베이징, 상하이, 호주 등 투어공연 수익지분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