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난 68년 '제철보국(製鐵保國)'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72년 포항제철소를 본격 가동한지 올해로 30년을 맞이한다. 사람의 나이로 보면 홀로 선다는 '이립(而立)'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포스코는 아직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포스코의 창업자인 박태준 전 총리가 일본에서 지병치료를 마치고 영구 귀국했다. TJ는 유상부 포스코 회장,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 등 경영진 일부가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 매입한 의혹에 휘말려 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데 대해 호된 질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TJ는 특히 유 회장과 조 부사장을 누구보다도 아끼는 후배로 생각하고 있어 최근의 구설수에 더 격노 했다는 것. 지난 김영삼 정부 시절에 자신과 함께 포스코를 떠나야 했던 두 사람이 다시 정치권과 밀착, 포스코의 투명성에 흠집을 냈다는데 분노했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유 회장은 지난 93년 비리혐의로 옥살이를 한 바 있고 조 부사장은 김영삼 정부내내 정치권 외곽을 맴돌았던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최근 '젊은 포스코'만들기에 앞장서면서 포스코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적절하지 못한 처신으로 기업을 궁지로 내몰리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유 회장은 지난 구정때 잠시 귀국한 TJ를 만나 포스코의 개혁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3월과 4월에 정력적으로 개혁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등 새로운 포스코 만들기에 정력적으로 나섰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
기업마다 시련은 오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시련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느냐에 달려있다. 포스코는 이제 다시 '홀로서기'를 통해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그동안 정치적 외풍을 통해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는 기업들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유 회장을 비롯한 현 포스코 경영진이 백의종군의 결단으로 회사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다시는 정치권과의 연계로 민영화 기업의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사례가 없도록 철저한 내부 관리에 나서고 직원들도 새로운 포스코 만들기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포스코를 만들고 키워나오면서 외압과 청탁을 막는데 모범을 보였던 창업자 TJ와 국민기업 포스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픔'과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
최인철기자<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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