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육체적 상처가 없는 얼차려라도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면 가혹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군 복무 중인 사병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기소된 육군의 한 주임원사 김모(5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가혹행위에 대한 무죄 부분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7년 사병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강제로 코로 담배를 피우게 하거나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약초를 씹어 먹도록 하는가 하면 사병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뜨거운 물이 담긴 종이컵을 이마에 올려놓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금연을 강조하거나 훈계의 목적으로 얼차려를 줬다고 해도 피해자들이 느낀 정신적인 압박이 그 위험성이 현실화된 것에 비해 결코 작지 않고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줬기 때문에 군형법상 가혹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육체적 고통을 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가혹행위로 보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육체적 고통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혹행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