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채의 집을 소유한 사람이 주택을 매매한 경우라도 무조건 다주택 소유자로 간주해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투기목적이 있는지, 주거이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잠시 머물 대체주택을 마련한 것인지 등을 따져보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세금을 중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세대 3주택 이상에 해당하는 주택을 매매했다고 간주돼 높은 세율의 양도세를 낸 김모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지난 2004년부터 2009년 사이에 투기목적이 없는데도 단순히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무거운 양도세를 부과 받은 이들은 소송을 통해 일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법 104조 1항은 투기목적의 주택 소유를 억제하기 위해 1세대 3주택 이상에 해당하는 주택의 양도에 대해 원칙적으로 60%의 중과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임대주택과 일반주택은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재판부는 "일반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을 소유한 거주자가 다른 대체주택을 취득해 장기임대주택을 제외하고도 2주택을 소유하게 됐더라도 이는 주거이전을 위한 것으로서 투기목적이 없고 양도까지 소요된 기간이 사회 통념상 일시적이라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은 원고가 아파트 양도 전에 대체주택을 취득한 경위, 2채의 아파트를 동시에 보유하면서 실제로 사용한 용도 등을 심리해 1세대 3주택 이상의 주택 양도로 볼 수 없는 사정이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2002년 서울 동대문구의 주공아파트 한 채를 취득했고 2007년 8월에는 광진구의 한 아파트를 샀다가 5개월 뒤에 팔았다. 그 사이 기간인 2006년 김씨는 노원구의 주공아파트 5채를 사들여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아파트 장기임대 사업을 했다.
세무당국은 김씨의 광진구 아파트 거래가 1세대 3주택 이상 소유자의 매매라며 중과세율을 적용해 양도세를 부과했다. 이에 김씨는 "임대주택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임대아파트 외에는 이 아파트만 갖고 있다가 처분해 중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임대아파트와 기존 아파트를 주택 수 계산에서 제외할 근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세금을 무겁게 매기도록 한 제도는 2004년 도입됐다. 통상 양도세 기본세율은 양도차익의 6~35%인데 주택을 2채 소유한 경우는 양도차익의 50%, 3주택자에게는 60%의 세율을 부과해왔다.
정부는 2009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자 이 제도의 적용을 계속 유예해왔으며 올 초 이 제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