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탐방] 2.대검 기획조정부

검찰의 싱크탱크.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이하 기조부)는 기업으로 따지면 구조조정본부나 과거의 기조실과 유사한 부서다. 검찰의 조직ㆍ운영과 예산편성, 검찰개혁과제를 포함한 제도연구 업무가 기조부의 소관이다. 검찰인사와 현안 등에 대해 법무부에 조언을 하는 `카운터 파트너` 역할도 수행한다. 사정 기능을 담당하는 대검 중수부가 일종의 기동대라면 기조부는 검찰총장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모사라 할 수 있다. 기조부장은 청문회나 간담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총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총장의 수족` 으로도 불린다. 기조부 산하에는 기획과와 과학수사과, 정보통신과 등 개성 있는 세 개의 과가 배치돼 있다. ◇검찰개혁의 요람=대검 기조부가 최근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바로 검찰개혁과제.인사파동과 대통령과 평검사의 대화 이후 국민으로부터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검찰의 중립화와 수사독립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기조부에 주어져 있다. 현재 사령탑은 사시18회 출신의 문영호 기조부장이 맡고 있다. 부산 출생으로 부산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문 검사장은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전담하며 특수수사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중수1과장 시절에는 한보 1기 수사팀을 지휘했으며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에는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외화도피 사건을 맡기도 했다. 이외에도 경성로비, 새한ㆍ거평 불법대출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도맡다 DJ 정권 중반 이후 좌천돼 한직을 맴돌다 최근 인사에서 요직으로 재기용됐다. ◇개혁실무는 우리가 맡는다=기조부의 종합기획 실무는 기획과의 몫이다. 기획과의 보스는 사시 25회의 한명관 과장. 한 과장은 충남 연기 출생으로 성동고, 서울법대를 나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찰국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기획과장에 재직중이다. 한 과장은 호탕한 성격에 대인관계가 원만해 한때 공보관 후보로도 거론됐으며 검찰 내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공안3과장 시절이던 지난 2001년 당시 박종렬 공안부장(현 대검 공판송무부장)과 함께 `공안 행복론`이라는 신 공안이론을 펼치기도 했다. 공안 행복론은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때 노사가 모든 문제를 편안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행복한 마음으로 조사를 받고 돌아가게 하자는 것. 이외에도 전담연구관과 통합연구관이 각각 5명씩 포진, 주요 업무기획과 법령질의 및 개정건의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수사 과학화의 요람=과학수사과는 검찰 내에서 과학수사에 관한 계획 수립과 감정ㆍ감식, 장비의 확보ㆍ운영, 과학수사 요원의 교육ㆍ연수 등 업무를 담당한다. 84년 설립된 과학수사운영과가 모태인 과학수사과는 과장과 1명의 사무관, 2명의 연구관을 포함해 총 29명의 인원으로 운영된다. 독일유학파인 임권수 과학수사과장은 서울지검 공안1부 부부장과 대전지검 공안부장을 거친 공안통. 사시26회 출신으로 전남 화순 태생인 임 과장은 광주일고-서울법대를 나왔다. 과학수사과는 현재 5개의 감식실과 수사장비개발실, 문서감정실, 음성분석실, 심리분석실, 유전자감식실, 마약감식실 등 특수시설을 다수 운용하고 있다. 서울지검에 설치된 첨단조사실도 과학수사과의 작품이다. 지난 대구지하철 참사에서는 2명의 감식요원을 파견, 실종자의 유전자 감식에 큰 몫을 담당했다. ◇검찰전산화의 첨병=80년대초 설립된 정보통신과는 검찰 전산업무의 개발ㆍ운영, 전산장비ㆍ자료의 운영 및 관리, 검찰 통신운영 및 통신 기기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70여명의 인력 중 검사는 정보통신과장 단 한명. 사시 27회 출신으로 청주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이광형 정보통신과장은 검찰 내에서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초임 시절 서울지검에서 `검찰 전산화 10개년 계획`을 입안한 장본인이다. 지금도 검찰에서 사용되는 공소장이 바로 10여년전 그가 만든 양식일 정도다. 컴퓨터 전문가라는 이력은 그를 옷로비 사건 등 각종 대형사건에 `약방의 감초`처럼 낄 수 있게 했으며 지난 2000년 동기 가운데 최초로 서울지검 부부장으로 승진하는 행운을 선사했다. 이 과장은 서울지검 형사6부 시절 진형구 전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과 관련, 대검 공안부를 압수수색한 일원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98년에는 단군이래 최고의 성범죄로 통하는 `부부성교환 회원제` 사이트 운영자 구속사건으로 전국에 `스와핑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외에도 컴퓨터ㆍ네트워크 전문가 등 전국적으로 230여명의 인력이 이 부장의 지도 아래 `전산화에 있어 가장 앞선 부처는 검찰`이라는 명제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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