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을 대체할 생산거점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멕시코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곳은 자동차업계다. 기아자동차는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현지 주정부와 공장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공장은 기아차의 해외 6번째 생산기지로, 이르면 올해 말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16년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달 멕시코 판매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직판체제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멕시코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량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앞다퉈 멕시코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BMW는 최근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설립하기로 하고 연내 세부 투자규모와 지역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일본의 닛산은 지난해 11월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 지역에 공장을 신설, 운영 중이며 혼다는 셀라야 공장에 4억7,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구축해놓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업체들은 꾸준히 현지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멕시코로 몰려들면서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동반 진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26일 멕시코 중부 께레따로 지역에 해외 첫 차량 전장부품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현대차 계열의 현대트랜스리드는 지난 3월 티후아나 지역에 1억2,000만 달러를 들여 자동차부품 공장을 지었으며, 향후 2년간 4,8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증설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부품기업 만도 역시 멕시코 공장 설립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밖에 포스코도 올해 초 멕시코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제2자동차강판공장을 준공하며 현지에서만 총 9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처럼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시선이 멕시코로 쏠리고 있는 이유는 북미와 중남미, 유럽 등 거대 자동차시장과 인접한데다 근로자들의 임금수준도 미국의 2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멕시코는 북미와 남미,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44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자동차 수출 시 관세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마련해온 전자업계도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멕시칼리, 레이노사, 몬테레이 등 3곳에 생산공장을 운영중인 LG전자는 2009년부터 3년간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우수인력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도 2007년 600만대 수준이던 티후아나공장의 TV 생산량을 2011년 1,200만대로 두 배 가량 늘린 데 이어 올해는 약 1,500만대 가까이 확대하고 있다. 또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께레따로공장에는 지난해까지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고급냉장고 생산라인을 신설하기도 했다. 동부대우전자도 현지화 전략을 통해 멕시코 5대 가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지난 5월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서울포럼에서 "과거 값싼 인건비를 찾아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들었지만 이제는 중국 대신 멕시코를 찾고 있다"며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할 경우 중국은 4개월이 걸리는 반면 멕시코는 4일이면 충분한데다 인건비 대비 생산성도 이미 중국을 추월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의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15%에 달한 반면 멕시코는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3% 내외에 불과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멕시코의 4분의 1에 불과하던 중국 근로자 임금은 2012년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갔으며 2015년에는 29% 가량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울러 인구 1억2,000만명 중 절반 이상이 29세 이하의 젊은 층으로 구성된 점 역시 풍부한 잠재력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김건영 KOTRA 중남미 본부장 겸 멕시코 무역관장은 "지금 세계는 경제가 되살아나는 미국의 이웃이자 중남미 라틴 경제계를 대표하고 1억2,000만명의 소비인구를 지닌 멕시코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