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당신은 '알파 대디' 입니까?

■ 이 시대 멋진 신세대 아빠 '알파 대디'





[리빙 앤 조이] 당신은 '알파 대디' 입니까? ■ 이 시대 멋진 신세대 아빠 '알파 대디' 『 SK텔레콤에 근무하는 배성호 매니저(42)는 큰 아이를 낳으면서 아내와 한 약속이 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까지는 주말에 골프 등 개인적인 시간을 피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배 씨는 주말 아침 7시쯤이면 아들 시우(10)를 깨운다. 주중에 아이들 돌보느라 지쳐 곤히 자고 있는 아내와 딸 시연(5)을 위한 아침 식사를 아들과 함께 준비하기 위해서다. 식사를 끝낸 후에는 가족 모두 집안 정리를 한다. 대청소가 끝나면 다 함께 수영장에 간다. 엄마, 아빠가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는 터라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스키를 즐긴다. 7살부터 시작한 시우의 스키 실력은 이미 최상급 수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간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어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하기 좋다고 판단해서다. 시우의 그림에는 항상 아빠와 함께 수영이나 스키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빠는 깨어있는 시간에 만날 수 없는 사람, 주말에는 잠만 자는 사람쯤으로 생각하는 여느 아이들에 비해 아빠에 대한 시우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뉴욕타임스(NYT)는 얼마 전 "21세기 알파남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대외적인 능력을 갖추면서도 엄마의 역할까지 해줄 수 있는 가정적인 아빠"라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을 돈과 명예는 기본이고 부성애까지 갖춘 '슈퍼 대드(super dad)'로 꼽았다. 우즈는 경기 전이나 기자 회견 후 틈틈이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섯 아이의 아빠인 니클라우스는 경기 토너먼트 동안에도 비행기를 타고 집에 들러 아들의 축구 경기에 참여하고 가급적 2주 연속 경기 일정을 잡지 않는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후 아프리카 순방중에 두 딸과 가나의 옛 노예무역 항구를 방문해 역사 교육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들처럼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회적인 능력을 갖추고 자녀들에게 엄마 못지 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배성호 씨 같은 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아이와 놀아주고 눈높이를 맞추는 아버지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아버지의 양육 방식이 아이 지능이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부모들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곽 교수가 몇 년 전 실시한 연구 조사는 이 같은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뒷받침해준다. 생후 9개월에 아빠가 많이 놀아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40개월 전후에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지수가 높고 인지 능력도 우월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곽 교수는 "영유아기에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상호 작용을 많이 한 아이들이 인지ㆍ언어ㆍ사회성ㆍ정서 발달에 유익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맹부삼천지교'라는 말조차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신세대 아버지들의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나날이 각별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아버지는 이른바 '알파 대디(alpha daddy)'라 부를만하다. 』 ● "주말 낚시? 골프? 아이들하고 여행 가야죠" 아버지와 대화 많이한 아이일수록 창의성 높아 운동·게임 등 취미활동 같이 하며 공감대 넓혀 어려운 일 닥치면 멘토 역할…미래설계도 함께 "밖에 나가 놀게 하라. 그리고 잘 하지 못하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아버지 윌리엄 게이츠로부터 배운 최고의 자녀 교육 방법이다. 빌 게이츠는 경제주간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내가 못하는 일을 잘 하도록 격려하고 밖에 나가 수영·풋볼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라고 북돋워준 것이 아버지로부터 얻은 가장 훌륭한 조언이었다"고 답했다. '식탁 교육'으로 일컬어지는 일상적인 대화와 부모와 함께 다닌 여행도 오늘날 빌 게이츠를 만든 기폭제였다. 빌 게이츠는 "저녁 식사 시간에 항상 대화를 통해 부모님과 생각을 교환했다"며 "MS 설립 이후에도 아버지는 내가 무슨 일을 하든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었다"고 했다. 자녀양육 전문가인 권오진 아빠놀이학교 교장은 빌 게이츠 등 위인들의 사례에서 보듯 자녀 교육에서 차지하는 아빠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한다. 그는 "엄마는 블록 쌓기ㆍ소꿉 놀이 등 인지 능력 놀이가 우세한데 비해 아빠는 몸을 움직이는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다"며 "이는 결국 아이의 창의성과 사회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 엄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로 대변되던 전통적인 부모의 모습은 산업화와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아버지는 직장 생활을 통해 경제만 책임지고 어머니가 집안 일과 자녀의 교육을 해결하게 됐다. 그러나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 접어들면서 창의성과 리더십이 자녀 교육의 최대 덕목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를 위한 부모의 역할, 그 중에서도 아버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 가족 여행은 최고의 체험학습 흥행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사막 여행을 떠나 사막에서 떨어지는 유성우를 목격한 적이 있는데 이 경험이 그의 창의력과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고 한다. '부모와 아이 사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앨리스 기너트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보고 "8∼18살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실컷 놀 수 있는 아이다운 시기를 놓치는 것은 슬픈 일이고 또 그런 상황을 강제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며 "몸을 움직여 운동하고 신나게 노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알파 대디들은 아이들에게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준다. 서경호(37) 삼성네트웍스 NI사업팀 과장은 연초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아들 영현(8)과 함께 테마 여행을 하기로 맘 먹었다. 주말 만큼은 엄마에게 휴식을 주고 아들과 많은 시간을 갖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테마 여행은 지금까지 ▦서점 여행(한 달여 동안 대표적인 서점에서 책도 읽고 구입도 한 것) ▦대학 캠퍼스 여행(대표적인 대학 캠퍼스들을 돌아다니면서 아이와 대학의 상징물도 보여주고 이야기도 나누는 것) ▦스포츠 여행(야구, 농구, 배구 경기장에 직접 가서 아이와 함께 응원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을 진행했다. 가을부터는 기차 여행, 별자리 여행, 대사관&문화관 여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 서 과장은 "조기 유학이나 강남 과외나 말들이 많지만 우리 아이만큼은 아빠표, 엄마표 교육을 시키고 싶다"며 "자연에서 배우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현장이 훨씬 더 교육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진호(38) 야후코리아 차장은 9년 전부터 가족 블로그(http://lovesera.com)를 운영 중이다. 유달리 여행을 좋아하는 정 씨 가족은 2주에 한번은 당일치기, 1년에 4번은 2박3일짜리 여행을 정례화하고 있다. 나들이 장소는 가은이(12)와 준영이(8)가 책이나 잡지, 혹은 신문에서 본 곳 중에서 '가고 싶은 곳' 리스트를 만들어 가족 회의에서 결정한다. 얼마 전에는 난생 처음으로 텐트를 가지고 야영을 했더니 아이들이 꽤 좋아했다고 정 차장은 소개했다. 올 가을에는 제주도 올레를 다녀올 예정이다. 꽤 오랜 시간 걸어야 하는 코스들이라 사전 준비작업도 만만치 않고 또 아이들이 얼마나 따라줄 지 걱정도 되지만 꼭 아이들과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특히 정 차장은 평일에도 아이들과 1시간 이상 함께 보내고, 아내와도 30분 이상 대화 시간을 갖는다. 그는 "회사에서 많은 시간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만큼 집중력을 갖고 일을 하면 된다"며 "직장에서는 성과 있게 일을 하는 시간의 질이 중요하고, 가정에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절대적인 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훈(35) SK증권 전략홍보팀 과장은 요즘 아들 성민이(4)를 위한 자연 학습의 일환인 캠핑 삼매경에 빠져 있다. 서울대공원과 난지캠프장, 강동가족캠핑장까지 서울 근교 웬만한 캠핑장은 '주말 정규 코스'로 자리잡았다. 안 과장은 "어릴 때일수록 보다 넓고 생생한 자연을 접해야 아이가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일이 아닌 1박 2일 코스로 잡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캠핑장 주변의 박물관이나 학습장, 야구장 등 1~2군데를 더 방문한다. 그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평상이 성민이와 충분히 놀아주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면서 "주말을 이렇게 야외에서 캠핑을 하면서 보내면 가족애도 더 깊어지는 것 같고 아이의 체력도 강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홍범(37)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은 야근이나 주말에 근무를 해야 할 때는 아내와 아이들을 회사 앞 양재천으로 나오게 해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놀아 주며 아빠의 존재감을 심어주고 있다. 영국 쉐필드 대학 암센터에서 수년 간 직장 생활을 했던 그는 "영국에서 생활했던 7년 반 동안 그 곳 아빠들에게 배운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바로 '자연 속에서의 자유로운 육아 방식'이었다"라며 자신 또한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자녀를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석만(37) LG데이콤 myLG070서비스팀장에게 취미를 물어 보면 주저 없이 가족과 야구 관람, 아들과 인라인 스케이트 타기라고 답한다. 주중에 주말 나들이 테마와 장소를 물색한 후 갯벌에서 조개 잡기, 냇가에서 고기 잡기, 사슴 먹이 주기 등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행을 구상한다. ■ 아버지가 역할 모델이자 멘토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아들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 골프에서 길을 찾기로 했다. 꿈의 실현은 역할 모델을 정해주는 데서 시작했다. 아들이 두 살일 때 높은 의자에 앉혀놓고 골프 치는 모습을 보게 했으며 아들이 자연스럽게 역할 모델에 접촉하도록 골프계의 영웅 잭 니클라우스의 기록을 아들 방 벽에 붙여두었다. 얼 우즈의 경우처럼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닮았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역할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자녀의 나이가 어릴 때는 아버지에 대한 모방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아버지 스스로가 역할 모델 또는 멘토가 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권오진 아빠놀이학교 교장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아이, 특히 남자 아이들의 경우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를 닮고 싶어하는 심리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자녀들의 첫 번째 스승은 부모'라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다. 우즈 부자와 유사한 사례가 국내에도 있다. 최근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안병훈(18) 선수와 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안재형(44) 전 대한항공 감독 부자. 안 감독은 탁구 감독이 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2007년 자신의 꿈을 뒤로 미루고 미국에서 학업중인 아들을 위해 미국행에 올랐다. 골프 백을 메고 따라다니는 캐디이자 조언자로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왕년의 탁구 스타에서 '골프 대디'로 변신한 것. 안 감독은 탁구 선수 경험을 통해 "골프도 탁구 못지 않은 멘탈 게임"이라며 정신력을 강조한다. 그는 아들과 경기 내용을 분석하는 대화를 나누고 가끔 편지를 써 아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신경쓰는등 멘토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웹 에이전시 업체인 모션아이의 박충일(36) 대표는 아들 상현(7)에게 일찍부터 경제 관념을 심어주면서 CEO인 자신이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출근할 때마다 1,000원씩 용돈으로 주면서 그 중 절반은 저금하고 나머지는 본인이 사고 싶은 것을 사도록 하는 것. 돈을 모은 상현이는 자신이 사고 싶은 장난감이 생기면 자신이 모은 돈에 부족한 부분만 보태 달라고 아빠에게 부탁한다. 계획성 있게 용돈을 쓰는 경제 교육을 시키고 있는 셈이다. 잠실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권민수(35) 위드치과 원장은 야간 진료로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 준서(6)의 책 읽기와 학원 선택을 직접 챙긴다. 권 원장이 중점을 두는 분야는 언어 교육.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끝말잇기를 하고 직접 퀴즈와 수수께끼 놀이 등을 만들어 줄 정도로 열성이다. 권 원장이 '자동차: 바퀴=사람: OO' 등의 문제를 화이트보드에 내면 준서가 직접 푼다. "정답을 맞추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시행착오와 대화를 통해 사고를 다듬어 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죠." 권 원장은 또래 부모들과 달리 영어교육은 별도로 시키고 있지 않다. 그는 "언어는 단지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사고 체계"라며 "한글이냐 영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사고가 얼마나 촘촘해지고 풍부해지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승제(39) 엑시스커뮤니케이션즈 지사장은 정임(10)과 상원(8) 두 아이들과 한 약속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아빠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는 것. 보통은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겠지만 그의 두 자녀는 이 시간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고 한다. 윤 지사장이 현란한 몸동작을 통해 영어 단어를 설명해 주고, 퀴즈게임 하듯 그것을 외우는 사이 2시간이 금방 지나가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땀을 흘리며 같은 운동을 하면서 바람직한 역할 모델로 자리 잡는 이들도 있다. 손성훈(43) 삼성네트웍스 인사운영팀 차장은 아들 호준(10)이와 매 주말 아이스하키 링크장을 찾는다. 호준이가 7세 때 시작한 아이스하키의 절대적인 지원자인 그는 매주말 아이스하키 연습을 위해 삼성동에서 하계동까지 오간다. "외동아들인 탓에 혹여 성격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사내 아이들에게 아이스하키를 시켜주면 체력 강화는 물론 팀워크도 배우게 되고 무엇보다 애들이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시작한 아이스하키가 벌써 4년이 되어 간다. 보통 아이들을 데려 오고 데려 가는 역할을 엄마들이 맡지만 손 차장처럼 아빠가 아이의 뒷바라지를 하는 경우도 최근 많이 늘었다고 한다. 손 차장은 "아이스하키 장비가 10㎏ 가까울 정도로 무겁다 보니 아무래도 엄마보다는 아빠가 도와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와도 한결 가까워져서 이제는 허물이 없구요." 지난 해부터는 손 차장처럼 아이를 데려다 주는 아빠들끼리 팀을 이뤄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호준이와의 공감대가 더 커졌다고 한다. ■ 아버지의 관심이 자녀의 창의력을 키운다 창의성 전문 검사기관인 한국메사연구소가 5~7세 자녀를 둔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창의성 상위 집단(상위 25% 이내)에 속하는 아이들 중 26%가 아버지와의 대화 시간이 하루 30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인 경우에는 상위권에 속한 아이들의 비중이 13%에 그쳤다. 정미숙 한국메사연구소 이사는 "아버지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포착해 그 재능을 발휘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찬(45)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아들 가영이(16)와 농구, 축구, 야구, 탁구 등 각종 구기 운동을 한다. 밤 늦게 퇴근할 때도 가영이가 운동하러 나가자고 하면 신발만 갈아 신고 나갈 정도로 열성이다. 권 이사는 "평상시에는 엄마한테도 말을 잘 안 붙이던 녀석이 농구만 같이 하면 어느새 맘이 풀어져 나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놓는다"며 "이럴 땐 남자끼리 뭔가 통하고 있다는 생각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덕교(38) 웅진씽크빅 경영기획실 차장에게는 큰 아들 종완(13)과 8살 쌍둥이인 종민이, 종윤이가 나이어린 '절친(절친한 친구)'이다. 주말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야구, 스타크래프트, 프라모델 만들기 등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동안에는 부자간의 다양한 대화가 오고 간다. 한창 예민한 나이의 종완이와는 여자 친구, 좋아하는 음악과 연예인, 학원 생활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김 차장은 "3~4시간 작업하는 동안 아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와 감정의 소통들은 프라모델을 완성한 성취감과 함께 커다란 행복감을 준다"고 말했다. 박충일 대표는 아무리 늦게 퇴근하더라도 아들 상현의 방에 들러 뺨이나 발에 뽀뽀를 하고 "아빠가 우리 상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지?"라고 속삭인다. 아이가 듣는지 못 듣는지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사랑이 상현에게 온전히 전달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또 매 주말마다 부모님이 계시는 파주 전원주택으로 가족과 함께 놀러 간다.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감정이 팍팍해지기 쉬운 아들에게 시골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는 기쁨도 알게 해 주고 싶어서다. 그의 교육관도 남다르다. 가능하면 상현이가 재미를 느낄 만한 방식으로 배움을 주는 것이다. 예컨대 핸드폰에 삼국지 게임을 내려 받아 같이 게임을 하면서 삼국지에 대한 얘기를 풀어가는 식이다. 특히 요즘 상현이가 한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삼국지에 나오는 사자성어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면서 한자 공부를 시켜주면 상현이가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 또 매일 상현이가 자기 전 30분은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가 관심을 갖는 부분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게 그의 일과가 됐다. 이재용(39) 유한킴벌리 과장도 아이 양육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호기심 많은 4살 호명이와 2살 호비 두 아이를 둔 아빠인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직장 생활에도 출근길과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두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포옹을 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거르지 않는 대표적인 알파 대디다. 가능한 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녀 교육에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 과장은 주말과 휴일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는 게 일상이 됐다. 김대성 옥션 차장(36)은 점심 시간이나 야근할 때면 짬짬이 집과 연결해 놓은 인터넷 화상전화 스카이프를 이용해 두 딸을 살핀다. 이제 막 걸음마를 땐 첫째 딸과 태어난 지 두 달 된 둘째 딸에게 스카이프로 동화책을 읽어주며 최근에는 인터넷 요리 강좌를 통해 배운 '아빠표 영양 이유식'으로 부인으로부터 점수도 땄다. 한 번은 김 차장이 지방 출장을 떠나 있는데 자다가 깬 첫째가 아빠를 찾으며 운다는 엄마의 전화에 KTX 기차 안에서 스카이프 영상통화로 아이를 달래준 적도 있다고 한다. 한국감정원에서 일하는 양홍석(33) 감정평가사는 주말이면 욕조를 깨끗이 닦고 목욕물 받을 준비에 분주해진다. 10개월 된 아들 승헌이와 함께 목욕을 하기 위해서다. 아내도 직장을 다니느라 평소에는 베이비시터가 목욕을 시켜 주지만 아이를 낳기 전부터 목욕은 꼭 본인이 시키겠다고 다짐한 그였다. 그래서 아내가 출산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기 전에도 목욕 준비부터 씻기는 것은 온전히 양 씨의 차지였다. 양 씨의 자녀 교육관은 명확하다 "저희 시대 아버지들은 위엄 있고 표현에 인색하신 것이 자연스러웠죠. 하지만 직장 생활에만 쫓겨 가정에서 점점 소외되는 아버지들을 많이 봤는데 저는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 아이보다 아버지 마음이 먼저 열려야 한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면 부모의 고민도 깊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부모의 기대와 자녀의 원하는 바가 접합점을 찾지 못하면 갈등이나 마찰을 빚게 된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도 있듯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자녀의 생각을 진지하게 듣고 인생 선배로서 삶의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곽금주 교수는 "사춘기 이후의 아이들은 말을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녀와 함께 운동이나 여행 같은 취미 활동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자녀가 먼저 마음을 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계준(49) 대신증권 일산지점장은 고등학교 3학년 성찬이와 중학교 3학년 대성이를 키우는 수험생 아빠다. 아이들과 운동도 함께 하고 여행도 자주 다녀 아들과의 관계만큼은 누구보다 잘해왔다고 자부하던 그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어렸을 적부터 반장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고 리더십을 발휘했던 성찬이가 당초 진학하기로 한 법대 대신 스포츠 의학 쪽으로 마음을 돌렸기 때문. 이 지점장은 "운동을 워낙 잘해 초등학교 때도 축구 선수를 시키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본인이 국제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터라 내심 법대를 희망했었다"며 "그런데 아이가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진로를 바꾼 후에는 부모 입장에서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부모 욕심만 생각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지점장은 성찬이와 툭 털어놓고 얘기한 끝에 우선 아들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그는 "부모의 기대는 항상 상위 1%의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고 너무 많은 기대를 하니까 아이들과 마찰이 생긴다"며 "부모가 되는 과정이 바로 그런 현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간다면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는 정두석(51) 씨는 서울로 진학해 떨어져 지내는 대학생 딸들과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을 총동원해 대화를 시도한다. 진주(23)와 진희(20)에게 아침 출근길에는 "오늘도 파이팅~ 사랑하는 내 딸들아"라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저녁에는 인터넷 메신저로 그 날 있었던 얘기를 나눈다. 특히 한 달에 한 번씩은 편지지에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 우편으로 부친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이 오히려 딸들에게 무한 감동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 씨는 "가능하면 애들의 말을 들어주고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입력시간 : 2009-09-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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