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도박’은 이겼지만 ‘경제회복’ 여부 또다른 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 명령은 정치적 명운을 건 `대도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이라크전을 조기 종결하지 못하고 베트남전과 같은 제2의 전쟁 수렁에 빠질 경우 부시 대통령은 정국 주도권은 물론 2004년 대선 재출마까지도 포기해야 할 정치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정치, 군사, 경제를 선도해 온 미국의 위상 추락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실제 개전 초기만해도 전쟁 주도국과 반전 국가들간 외교적 갈등, 친미 아랍권과 반미 아랍권간 분열, 석유시장 불안정과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미국은 고전의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일단 부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승리를 디딤돌 삼아 대(對) 의회 관계는 물론 국제 무대에서의 미국 위상 강화를 더욱 거세게 밀어 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승전 여세를 몰아 감세 정책과 에너지 개발계획, 종합 경기부양책 등 민생 현안을 자신의 구상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중동 분쟁과 북 핵 문제 등 각종 국제 현안도 입맛에 맞게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앞날이 온통 장밋빛 일색은 아니다. 지난 1992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걸프전에 승리하고도 경제 회복에 실패, 재선에 고배를 마셨던 전철을 다시 밟을 공산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미국의 이라크 승전을 축하하면서도 향후 대선 정국의 핵심 쟁점은 경기 침체 등 경제 현안이 될 것으로 전망, 부시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물고 늘어질 태세다. 백악관의 핵심 참모들 역시 이라크전 승리가 2004년 대선 승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며 이라크전 승리를 경제 회복으로 연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이 바그다드 함락 하루만인 지난 10일 백악관으로 각계각층의 경제 지도자들을 초청,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완전한 제거 문제에서부터 대량살상무기 색출 여부, 이라크 군정 실시와 임정 수립, 전후처리 문제를 둘러싼 참전국과 반전국간 이견, 후속 테러공격 가능성 등 숱한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이라크전 승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있어 문제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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