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나이·흐릿한 시력 극복' 페리, 7타차 우승

나상욱 17위·최경주 21위


45살의 노장 케니 페리(미국)가 그린 라인도 읽기 힘겨운 흐릿한 시력으로도 무려 7타 차의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나상욱(21ㆍ코오롱엘로드)과 최경주(35ㆍ나이키 골프)는 각각 7언더파 공동 17위, 6언더파 공동 21위 등으로 순위를 끌어 올리는 데 만족했다. 전날 이미 7타차 선두로 우승이 확정적이었던 페리는 23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골프장(파70ㆍ7,054야드)에서 끝난 뱅크 오브 콜로니얼대회(총 상금 56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9언더파 261타를 기록, 빌리 메이페어를 제치고 정상에 섰다. 타수 차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7타. 지난 3월 베이힐 인비테이셔널 대회 이후 2개월 만에 기록한 시즌 2승이며 지난 82년 프로에 입문한 뒤 PGA투어에서만 거둔 통산 9승째다. 상금은 100만 달러. 페리의 우승은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각종 신기록을 작성한 끝에 나와 더 빛이 났다. 시니어 투어 데뷔가 5년밖에 남지 않았고 프로 입문한 지 23년이나 된 페리는 시 신경이 크게 약해져 그린 라인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먼 거리나 그림자가 진 곳은 확실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 두 차례나 레이저 수술을 받았지만 낫지 않아 대회 직후 안과를 찾아 다음 대회부터는 안경을 착용하고 경기를 펼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 각종 신기록을 세우며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눈감고도 공략할 수 있을 만큼 코스 곳곳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다 캐디가 보조를 잘 해주었기 때문. 지난 2003년 3라운드에서 61타의 코스 레코드를 세우며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챙겼던 그는 당시 아니카 소렌스탐의 출전으로 주목 받지 못한 것을 한풀이 하듯 올해는 첫날부터 신기록 행진을 폈다. 첫날 자신의 시즌 최소타인 65타를 기록한 그는 2라운드에서 63타를 보태 대회 36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고 3라운드에서 64타를 쳐 54홀 신기록도 작성했다. 그러나 패리는 최종일 몇 차례의 버디 시도가 아깝게 홀을 스친데다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는 바람에 버디를 3개 잡았지만 1언더파 69타로 경기를 마치며 72홀 신기록 작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패리가 기록한 261타, 7타차 우승은 올 시즌만 보면 가장 좋은 우승스코어에 최다타 차다. 한편 나상욱은 이날 마지막 홀을 포함해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4언더파 66타를 기록, 합계 7언더파 273타로 공동 17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이날 경기 시작 전 인터넷을 통해 절친하게 지내는 남영우가 SBS코리안투어 지산오픈에서 우승한 사실을 확인하고 전화통화를 했던 나상욱은 “나도 잘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선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경주는 버디3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여 합계 6언더파 274타로 전날 공동23위에서 공동 21위로 순위를 조금밖에 끌어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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