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면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그러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정부의 투기대책과 함께 잠시 제자리에 머무는 듯 하고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한결 가벼워져 서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내년에 선보일 선진국형 모기지론(Mortgage loanㆍ장기주택저당대출)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도우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 길고 저렴해진 주택담보 대출=그동안 은행들의 장기주택담보대출(보통 만기 10년 이상)은 연 8~9%의 높은 금리 때문에 서민들이 선뜻 빌리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5%대로 낮아졌다. 내년부터 정부가 무주택자를 위해 도입할 모기지론은 금리가 다른 담보대출상품보다 더 낮아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금리를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분간 은행들의 금리 인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장기주택담보대출의 소득공제 혜택은 연 600만원까지 주어지지만 내년부터 만기 15년 이상 대출은 연간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대출 영업을 하고 있는 이유다.
국민은행은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인하, 변동주기에 따라 연 5.61~7.82%로 판매하고 있고,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장기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도 최저 6.9%까지 낮췄다. 하나은행도 3개월변동 금리가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근 5.49%로 낮췄으며 신한은행도 3개월과 6개월, 1년 등 주기별로 시장금리에 연동시킨 주택담보대출금리를 각각 5.82~6.19%에 내놓고 있다. 외환은행도 3개월변동금리가 연 5.92%인 대출상품을, 제일은행은 최저 5.33%가 적용되는 상품을 판매한다. 조흥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에 2.59%의 대출금리를 적용한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였다. 또 농협은 CD 유통수익률에 연동해 최저 5.07%의 금리가 적용되는 30년 만기의 내집마련장기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은행별로 금리 변동 주기가 다른 상품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의 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따져 대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변동 주기가 긴 상품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집 없는 서민을 위한 모기지론=모기지론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 된 제도로 목돈 없는 서민들의 주택구입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모기지론과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기지론이 확정금리인데 반해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와 확정금리를 선택하는 형태라는 것. 또 모기지론은 무주택자로 대상이 한정돼 있지만 은행 대출은 집이 몇 채 있어도 빌리는데 제한이 없다. 이 밖에 모기지론의 상환방식은 이자와 원금을 대출기간동안 고르게 나눠서 내는 원리금균등방식이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고, 이자만 내다가 만기일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정부는 집값의 70%까지 빌려주고, 이를 최장 2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대출 금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예상하는 수준은 6%대 후반. 그러나 대출이자에 따른 소득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금리 수준은 5%대 후반 정도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모기지론은 담보비율이나 상환방식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개인별로 상황을 꼼꼼히 따져 자신에게 유리한 대출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특히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이 유리하고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면 모기지론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