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싸고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중국의 경제분야 책임자인 왕치산(王岐山) 국무원 부총리가 중국에서 즉석 회동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가이트너 장관과 왕 부총리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공항에서 만나 미ㆍ중 간 경제 관계와 서울 G20 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나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 사이의 최대 현안인 위안화 절상과 무역 불균형 문제에 관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동은 전날 경주에서 끝난 G20재무장관 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했던 가이트너 장관이 칭다오를 급히 방문해 이뤄진 것으로 원래 계획에는 없었으나 미 ㆍ중 당국 간의 즉석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가이트너 장관은 전날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중 기자회견에서 “심각하게 환율이 저평가된 나라들은 시장결정 환율 시스템으로 더욱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해 다소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또한 그는 “중국도 예전처럼 수출 주도의 성장에 의존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야심찬 개혁에 나서고 있다”며 중국을 추켜 세우기도 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다만 “주요 무역 흑자국가들은 점진적으로 환율을 평가절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위안화 절상 속도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이트너 장관과 왕 부총리는 지난 4월에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비슷한 형식의 회동을 한 적이 있다.
미국은 그 동안 중국에 위안화 가치를 시장 흐름에 맞게 절상시키라는 압박을 해왔다. 지난달 미 하원은 중국 등 환율 조작국으로 의심되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일 경우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켜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