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체들 "고통 분담" 수수료 인하 요구 VAN업체 "손실부담 떠넘기는 대기업의 횡포" 재하청 대리점은 수수료 더 낮아 타격 클듯
입력 2007.12.11 17:40:44수정
2007.12.11 17:40:44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의 불똥이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들에게 튀고 있다.
신용카드업계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을 보존하고자 VAN사에게 카드 승인 대행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와 신한카드 등 7개 카드업체가 최고 4.5%에 달하던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2.0~2.3%까지 큰 폭으로 내리면서, VAN사에게 기존 카드 승인 대행수수료(전표 수거비용 포함)를 건당 120원에서 100원 이하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줄어드는 수익 보존을 위해 고통부담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VAN업계도 일정부분의 손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VAN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 수수료 중 채 10%도 안 되는 카드 승인 대행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 지나친 처사"라며 "카드조회 실적건수가 매년 증가해도 VAN사의 주 매출인 수수료가 계속 줄면서 채산성이 떨어져 경영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2005년 초부터 몇 차례의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해 2005년 카드 승인 대행수수료가 건단 평균 200원에서 현재는 120원대로 지난 2년 사이에 40% 이상이 줄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VAN업체들의 하청업체 격인 대리점이다. VAN업체들이 카드업계와 합의하는 수수료 수준과 같거나 더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대리점들은 VAN업체들과 카드업계가 합의하는 수수료에 20% 낮게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VAN업계가 카드조회 수수료를 건당 50원 이하로 인하하는 것을 합의하면, 대리점들은 수수료를 40원 이하로 책정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한 대리점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매번 카드수수료 인하 방침을 결정할 때마다 이 같은 연쇄반응을 왜 고려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도 엄연히 영세 자영업자인데 우리에게 모든 불이익이 떠 넘겨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연쇄적인 불똥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용카드업체 및 VAN사들의 위법행위에 대해 각각 28억6,500만원, 19억7,000만원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7개 신용카드업체가 담합해 VAN업체에게, 10개 VAN업체도 재위탁 하는 과정에서 담합해 대리점에게 부담을 떠 넘겼다 적발됐다.
한국신용카드 VAN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용카드업계는 영업이익 중 30% 가량을 가맹점 수익에서 거두고 있고 이를 통해 2005년2분기 이후 연속흑자를 기록하며 지난해는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며 "VAN업계 전체시장이 3,000억원 수준인데 신용카드업계가 줄어드는 수익비용 부담을 VAN업계에 떠 넘기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가가치통신망(Value-added network)사업자
회선을 직접 보유하거나 통신사업자의 회선을 임차 또는 이용해 부가가치를 부여한 음성 또는 데이터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 신용카드업체와 계약에 의해 음식점 등 일반가맹점과 백화점, 대형유통점 등에 단말기를 공급하고 신용카드 등 거래승인 처리에 따라 카드 승인 대행수수료를 받는다. 국내에 한국정보통신과 케이에스넷, 퍼스트데이타 등 13개 업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