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끝나고 교육감 후보들 사이에서 불었던 ‘펀드 붐’의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낙선한 후보는 선거가 끝나도 모금한 돈을 갚아줘야 하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는 물론 교육감 후보들까지 나서서 펀드를 출시했다.
이들은 모두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비용을 보전받아 원리금을 갚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득표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선관위는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법정 선거비용의 전액을, 10~15%인 후보에는 절반만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마의 10%’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펀드를 통해 모집한 비용은 모두 개인 빚으로 돌아간다.
이 기준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펀드를 출시했지만 선관위로부터 한 푼도 못 받는 후보는 부산의 정승윤·최부야, 광주의 윤봉근, 대전의 정상범, 경기의 정종희 후보 등 5명이다. 이들은 득표율이 최소 6%대에서 9%대에 그쳐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한다.
이외에 대구의 송인정, 경기의 김광래, 충북의 손영철, 제주의 강경찬 후보는 15%의 득표율을 넘지 못해 절반만 보전받는다.
당초 교육감 선거는 소속된 정당 없이 치러지다 보니 후보 개인이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올해 후보들 간의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많은 후보들이 난립했다. 그로 인해 표가 한두 명의 유력 후보에게 몰리지 않고 분산돼 득표율이 10%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부산에서 출마한 7명의 교육감 후보 중 당선자가 단 34% 득표율만 획득한 반면 다른 세 후보는 모두 5~6%대의 득표율을 나눠 가졌다.
그로 인해 선거 펀드가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해답으로 부각되는 듯 보였으나 개인 빚이라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더불어 선거 펀드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먹튀’의 위험성이 있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 펀드를 출시해 모집한 금액은 후보 개인의 채무 성격으로 간주하고 있어 후보를 믿고 돈을 맡긴 유권자들은 투자금을 떼여도 선거법을 통해 돌려받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개인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돌려받을 수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명칭만 ‘펀드’이지, 개인 간의 ‘차입’의 성격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따라서) 선관위에서 따로 등록받거나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펀드 모금의 통로 쓰였던 후보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 역시 선거가 끝나고 정리되면서 펀드에 관해 문의할 공간마저 사라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후보의 예상 득표율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교육감 후보까지 펀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선거에서 부산 교육감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최석태 후보는 “남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가 후보들이 정치인 흉내 내듯 선거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는 것은 민망스럽다”면서 “특히 선거 펀드는 불법 정치자금의 통로가 될 수 있고 선거 후 각 캠프에서 펀드 정산 결과를 공개할 의무도 없어 문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