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에 선보이면서 매출도 올리자”
어느 업체의 마케팅 구호가 아니라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APEC(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겨냥한 국내 주류ㆍ식품업계들의 ‘꿩먹고 알먹는’ 일석이조 전략의 일환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때 자사 제품을 행사 석상에 노출시켜 글로벌화 하는 동시에 매출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류ㆍ식품 업계들의 물밑작업이 활발하다. 실제 복분자주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사용된 문배주의 경우 행사 이후 세계에 어느 정도 알려진데다 매출까지 급증한 바 있어 일부 업체들이 내부적으로 팀을 구성, 자사제품이 APEC 공식상품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가장 관심 분야는 각국 정상들의 공식 만찬에 사용될 만찬 건배주. APEC 기획단 총무의전부 관계자는 “백세주, 안동소주 등 80여 종에 달하는 전통주를 놓고 시음 중”이라며 “공식 만찬주로 전통주를 사용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이후 기타 주류의 시음 절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0년 서울에서 열린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당시에도 복분자주가 공식 만찬주로 사용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우리 전통주가 만찬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주 국내 1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제품이 선정되기 위한 별도의 전략은 없지만 미, 일 등 세계 20여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는 등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제품이 공식 만찬주로 지정돼야 하는 게 아니냐”고 자사 제품이 선정되기를 기대했다. 행사지인 부산광역시도 지역 전통주인 ‘천년약속’을 건배주로 지정해 달라고 기획단에 공식 요청하는 등 경쟁 양상이 치열하다.
각국 정상이 기념촬영 시 입게 될 전통 의상 역시 6월께 종류 및 색상, 소재 등 기본 사항을 결정하고 제작을 의뢰할 것으로 보여 국내 유명 한복 디자이너 등의 자존심 경쟁도 높아가고 있다. 기획단 관계자는 “디자인 등은 당일 공개되지만 두루마기, 배자, 창의 등 중 어떤 복식을 제공할 지 여부와 색상, 소재 등을 상반기 중 결론 내 제작을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 관련 업계의 경우 태평양은 올해 채입한 햇차 중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난 최고급 녹차인 ‘청교다원’이나 따로 채입해 가공과정을 거친 녹차 등 자사의 최고급 녹차를 APEC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공식납품 형식이 될 지 아니면 만찬 등이 열리는 호텔 등에 공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한편 치열한 숙박 경쟁을 펼쳤던 부산지역 호텔들도 정찬, 오찬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할 케이터링 업체 선정을 놓고 경쟁이 뜨겁다. APEC 기획단은 현재 롯데, 조선, 파라다이스호텔 등 유력 호텔로부터 행사 제안서를 접수 받은 상태로 6~7월 경까지는 행사 별로 진행 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