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또 민주노총 정치파업의 ‘총대’를 맸다. GM대우와 쌍용차 노조는 정상적인 생산 라인 가동을 위해 2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반면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주ㆍ야간조가 2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였다. 부분 파업이라고 해도 이번 현대차의 정치 파업 강행이 가져올 파장은 크다. 다행히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지만 고유가 여파로 이미 내수 시장은 심각히 위축된 상태다. 이 시기에 파업을 선택한 현대차 노조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의 눈초리가 고울 리 없다. 게다가 수요가 급증하는 해외시장 물량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파업을 선택한 현대차 노조는 애써 바깥의 시선을 피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반응은 갈수록 심상찮다. ◇명암 엇갈리는 국내외 차 시장=지난 1일 발표된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충격적이었다. 월간 판매량이 4만8,000여대까지 줄었다. 5월 대비 12.5% 감소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5% 가까이나 떨어졌다. 현대차 측의 표현대로 ‘죽을 쑨’ 실적이다. 또 이 같은 내수 판매 감소가 언제 회복세를 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7월과 8월은 전통적으로 차가 안 팔리는 시기. 판매 부진의 주된 요인인 유가의 고공세는 꺾일 기미가 없어 판매 위축이 8월 이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해외에서는 17만1,000여대가 팔리면서 전월비 20% 증가하는 호성적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월 판매량 5만대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시장점유율 4%를 넘어섰다. 기아차까지 포함할 경우 6월 미국 시장에서 7만8,325대를 팔아 현지 시장점유율 6.6%를 기록, 지난해 6월보다 실적이 1.3% 늘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1985년 미국시장 진출 이후 월 최다 판매 기록으로 올해 3월 이후로 4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시장 요구에 신속히 대응해 소형 및 준중형 차량 공급을 확대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물량 공급 차질 우려”=국내외 시장 판매량이 이처럼 극명히 엇갈리는 가운데 현대차의 이번 파업은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국내 고객들의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귀족 노조’로 불리는 현대차 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과 이에 따라 품질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차 동호회의 한 관계자는 “귀족노조가 보여주는 저질 행태에 대한 응분의 대가로 현대차를 다시 구매할 계획이 없다”며 “또 라인이 한번 멈추면 아무래도 불량률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나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 시장에도 노조의 파업이 바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 해외 시장 공급 물량 중 국내 공장 생산 물량이 절반에 달한다. 6월 해외에서 판매된 20만5,000여대 중 10만2,000여대가 국내에서 만들어져 수출된 것이다. 게다가 해외시장 역시 고유가 영향으로 중소형 차종이 인기가 많아 정상적으로 공장을 가동해도 한달 이상 인도가 늦춰지는 상황. 현대차는 이날 부분 파업만으로도 기아차를 포함해 2,900여대의 차가 생산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시기에 노조의 파업으로 물량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면 소비들은 등을 돌리게 된다”며 “내수 부진 때문에 해외에서 조금이라도 더 팔아야 되는 형편인데 공장 가동까지 중단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