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제조분야가 취약합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을 포함해 IT(정보기술)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호세 뻬레스 가르시아 스페인전자통신협회(ASIMELEC) 전무는 스페인의 IT시장 규모가 유럽 5위에 달할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르시아 전무는 “IT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2~3년 만에 3%에서 4.5%로 크게 늘었다”며 “정부는 이를 2010년까지 7%로 확대하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맞춰서 오는 2010년까지 완벽한 디지털 TV 시대로 전환하도록 규정해 놓았으며, 이를 위해 정부가 각 가정에 디지털방송수신기를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는 정부의 IT분야 활성화 정책은 산업적인 목적도 크지만 30대 이하와 50대 이상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도 겨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등 다른 나라들처럼 50대 이상의 정보화 능력이 이전 세대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가르시아 국장은 또 스페인 IT산업의 강점으로 활발한 해외진출을 꼽았다. 그는 “스페인은 과거 중남미에 식민지를 개척했다”며 “이 때문에 중남미 국가 상당수가 스페인어를 쓸 뿐만 아니라 스페인 문화가 깊숙히 배어 있는 라틴계”라고 설명했다. IT인프라가 낙후돼 있는 중남미 국가들이 자연스럽게 스페인에서 기술 수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통신회사인 텔레포니카는 최근 도이치텔레콤, 프랑스텔레콤을 제치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텔레커뮤니케이션 기반 구축사업을 따냈습니다. IT분야 뿐만 아니라 도로, 댐 건설 등 인프라분야도 스페인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인연이 지금도 스페인에게 무형의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또 “보름전 중국 총리가 와서 기반구축사업과 관련해 텔레포니카와 중국텔레콤간의 MOU를 체결했다”며 “중국이 스페인 발판으로 중남미에 진출하려고 할 정도로 스페인의 IT기술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강조했다. 텔레포니카의 경우 IT인증, 결제분야에서 최고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 IT상품에 대해 가르시아 국장은 “일본이 워낙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한국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가격과 품질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기업들의 활약이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또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도 스페인전자통신협회의 회원사라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스페인전자통신협회는 현재 2,000여개 회원사를 두고 있는 스페인 최대의 ITㆍ전자분야 업종단체로 텔레포니카, 보다폰, 아메나 등 유럽 굴지의 통신회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호세 국장은 스페인전자통신협회에 대해 “정보보호, 전자서명, 통신, 지상파 DMB 등과 관련한 법령, 제도에 업계의 입장을 반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또 지적재산권 보호와 전자제품 재활용, IT인력 교육사업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