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패러다임이 바뀐다] 제약업계 잇단 지주사 출범

사업부문별 분사 환경변화 신축대응 전략 국내 제약업체들이 기업분할을 통한 사업 다각화와 지주회사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미국ㆍ유럽에서 보편화된 지주회사 시스템은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가 별도의 법인이지만, 실제로는 강한 일체감을 갖는 하나의 사업체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경영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진 경영구조로 평가되고 있다. 녹십자는 제제별 사업본부제 도입→사업부문별 분사를 거쳐 지난해 3월 순수지주회사 녹십자와 6개 사업자회사군으로 재편됐다. 녹십자는 전략수립과 포토폴리오 결정ㆍ자원배분ㆍ사업자회사에 대한 경영지도 등을 맡고, 책임경영체제로 운영되는 사업자회사는 의약품 제조ㆍ판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형태다. 종근당도 지난해 11월 바이오ㆍ원료합성 부문을 분리해 종근당바이오㈜를 출범시켰다. 기업분할을 통해 종근당은 신약개발ㆍ완제품 생산ㆍ국내 마케팅 및 영업 등 제약사업에, 종근당바이오는 의약원료 생산ㆍ수출 및 생명공학 연구ㆍ투자에 집중해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LG생명과학은 올 8월 화학계열 지주회사 LGCI에서 분사, 자립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그러나 LGCI와 올 4월 전자계열 지주회사 LGEI를 합치는 통합지주회사 출범이란 큰 그림에 따르다 보니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인력을 거느린 덩치에 비해 매출기반이 취약해 흑자구조를 갖추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도 지난 10월 투자전문 지주회사인 ㈜대웅과 사업전문회사인 신설회사 ㈜대웅제약으로 분할됐다. 대웅은 신규사업 투자ㆍ연구개발 및 일반의약품 마케팅을, 대웅제약은 처방의약품 생산ㆍ판매ㆍ연구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특히 대웅은 대웅제약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의료기기ㆍ의료서비스ㆍ바이오 환경분야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대웅제약도 대웅에서 1차 검증한 신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안정성ㆍ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했다. 다른 몇몇 상위 제약사들도 기업분할에 관심을 갖고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SK케미칼이 최대주주로 등장한 동신제약과 SK제약의 인수합병(M&A), 끊임없이 제약사 M&A를 모색하고 있는 CJ㈜ 등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지주회사란=다른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그 회사의 사업을 지배하는 회사를 말한다. 순수지주회사와 사업(혼합)지주회사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순수지주회사는 제조ㆍ유통ㆍ판매 등 통상적인 기업활동은 하지 않고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자회사를 지휘하는 일만 한다. 사업지주회사는 자기 사업을 하면서 지주회사 기능을 함께 하는 회사를 말한다. ◇지주회사의 장ㆍ단점=지주회사제를 도입하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분구조를 수직적으로 단순화, 소유ㆍ지분구조가 투명해진다. 따라서 기업 구조조정에 유리하다. 분사ㆍ매각을 통해 사업을 분리하고 외자를 끌어들이거나 신규사업 진출, 사양사업 퇴출 등이 비교적 수월하다. 사업자회사의 지분을 떼서 팔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해 붙이기도 쉽다. 재벌도 지주회사체제로의 재편을 통해 오너 일가의 지분정리를 간단히 할 수 있다. 지주회사제가 성공하려면 사업자회사를 잘 관리하고 조율할 수 있는 경영능력이 필요하다. 지주회사 스스로가 돈을 잘 벌지 못하면 영향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현재 한국 지주회사의 수익기반은 사업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지분거래에서 나오는 차익이 거의 전부다. 경영컨설팅 능력이나 브랜드 파워를 키워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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